최저임금 토론회, "최저임금은 가족 생계 보장해야"

▲ 4월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정현진 기자

최저임금, 노동자뿐 아니라 그 가족 생계도 보장할 수 있어야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월 209만 원이면 “희망의 크기가 커질”뿐만 아니라 긴 노동시간, 소득불평등, 실업률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4월 14일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는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기준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요구의 배경과 효과를 살펴봤다.

우선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물질적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하며, 노동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활 안정을 위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산하 사회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동자와 그 가족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창근 실장은 실제로 “최저임금 이하 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세대주의 60퍼센트 이상이 외벌이로 가계를 유지하며, 평균 세대원 수는 약 2.5명”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1조에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미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를 산정한다. 이창근 정책실장은 그러나 지금까지 최저임금이 가족 전체의 생계비는 물론이고 이 "미혼단신근로자" 생계비조차 웃돈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이고, 소득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도시노동자 1인의 기본적 지출과 평균 가구원 수, 올해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 1만 원과 월 209만 원이 적절한 요구라고 했다.

이 실장이 제시한 최저임금 1만 원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도시근로자 1인 가구 가계지출(통계청, 2014)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같은 공적 소비지출을 뺀 나머지 소비지출액 122만 1200원에 가구균등화지수 1.58(2.5인 가구일 경우 1인 가구에 비해 지출이 1.58배 더 필요하다는 지수)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2015년 예상 경제성장률(3.4퍼센트)와 물가상승률(1.9퍼센트), 소득분배 개선치(2.9퍼센트) 등 8.2퍼센트를 더하면 월 208만 9035원이 나온다. 이를 다시 월 평균 근로시간 209시간으로 나누면 1시간 당 9,995원이 된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된다면 희망의 크기가 커지겠지요.”

홈플러스노동조합 동수원지부 장경화 사무장은 월급 110만 원으로 딸과 살면서 기본 지출만 해도 턱없이 부족한 삶을 털어놨다. 그는 2009년부터 대형마트 의류 협력업체에서 월평균 200만 원을 받다가, 마트에서 직접고용으로 고용조건이 바뀌면서 2011년 9월부터는 월평균 110만 원을 받는다.

최저임금 당사자가 되면서 그는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위해 유기농, 무농약 식품을 먹다가 지금은 제일 싼 라면, 식빵, 달걀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취향, 취미가 없어졌고, 늦은 밤 아파도 택시비 4000원을 아끼기 위해 30분을 걸어야 했다.

그는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아이에게 돈 걱정 없이 좋은 재료로 장을 봐서 밥상을 차려 주고 싶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소득은 최저임금이 결정한다.

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지역 77만 건의 구인공고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업종의 시급이 최저임금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알바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이라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다수의 청년들은 낮은 시급을 보충하기 위해 몸을 쓰는 힘든 일을 하거나 쉴 시간을 줄이고 오랜 시간 일을 한다. 구 위원장은 이는 결국 학업이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청년들은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노동부 소속인 최저임금위원회를 다른 부처들 수준으로 올리고, 소득불평등 해소를 궁극적인 목표로 최저임금이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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