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천주교연석회의 추모미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천주교연석회의’(천주교연석회의)가 주관하는 세월호참사 추모 미사가 4월 13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수도회, 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등 6개 단체가 함께 마련한 이 미사에는 전국 각 교구와 수도회에서 참석한 100여 명의 사제와 1600여 명의 신자, 수도자, 시민이 참석해 빗속에도 자리를 지켰다.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천주교연석회의’가 주관하는 세월호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는 미사가 4월 13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됐다.ⓒ정현진 기자

“작년 4월 16일 무고한 어린 아이들이 죽어 가며 부활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천 년 같은 1년을 지낸 지금, 너무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했습니다. 정치, 사회문제, 법도 모르던 가족들이 깨어났습니다. 누구보다 남의 고통에 더 가슴 아파하는 이들이 되었고, 자신의 고통을 뒤로 하고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다음 부활에는 더 많은 이들이 새로 태어나는 부활을 맞기를, 모두가 부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사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도 참석했다.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 씨는 유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의 진실을 함께 밝혀 달라고 호소하면서, “함께 발로 뛰며 완주할 때,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가족들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릴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희생자들의 형제와 자매들의 고통도 나눠 져 달라고 당부했다.

“여전히 아이를 만져 볼 수도, 안아 볼 수도 없지만 진실 규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저는 죽어서도 하늘로 가지 못할 것입니다”

실종자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9명의 실종자를 가족 품에 안겨 주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가족들의 길을 막고 법을 어기며 다시 거리로 내몰고 있다면서, “어떻게 304명을 수장시키고 그 가족을 법으로 심판하겠다고 하는가. 16일부터 18일까지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행동으로 힘을 실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이제 제발 그만 잊자, 부정적인 기억은 떨쳐 버리자. 경제가 어렵다....’ 그리고 망각이 자기를 보호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서 우리의 기억을 지워 버리려 합니다. 하다못해 천박한 돈까지 흔들면서 우리의 사랑하는 유가족들을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 버린 유다처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명백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짐해야 합니다. 절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 미사에 참석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국민들의 행동이 절실하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가족들의 발걸음에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정현진 기자

강론을 맡은 이준석 신부(살레시오회)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죄책감의 기억, 무기력과 절망의 기억이며 이는 예수님을 버리고 배반한 제자들의 기억과 같은 것이라면서, “제자들이 그 기억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의 부끄러움과 상처를 기억해야 참다운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가족들의 미움은 우리의 미움과 슬픔, 분노, 기쁨은 모두 우리의 것이 될 것이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더 귀 기울여 듣고, 더 큰 소리로 가족들을 위해 이야기하며 절대 잊지 않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모든 위정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아니 주권자로서 여러분에게 명령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정부안을 즉각 폐기하고 특조위안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세월호 선체를 즉각 온전히 인양하십시오”

이준석 신부는 정부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교회와 신자들에게도 당부했다. 이 신부는 교회를 향해 “교회는 더 가시적으로 이 시대의 빛이 되어야 하고, 가장 가난한 자리에서 마지막 끝까지 몰린 사람들 편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호소하고, 신자들에게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이웃들에게 예수의 부활과 죽음, 복음을 전하는 열정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고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네 아우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계십니다. 우리 마음 안에 살아 있다고 하느님께 대답해야 합니다.”

미사가 끝난 뒤 김유정 신부(주교회의 정평위 총무)는 인사말에서 “하느님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늘”이라고 했던 데레사 성인의 말을 들면서, “희생된 우리의 부모님과 아우들이 하늘나라에 갔다고 말하지만, 우리 안에 그들이 살아있지 않다면 감히 하늘로 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안에서 불의에 침묵하거나 가만히 있지 말고 정의와 진실을 선포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거역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미사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분향을 마친 김정이 씨(엘리사벳, 한강성당)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런 일로 길에 나오는 것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면서, “교회도 한국사회의 축소판과 같다. 신자들조차 그만하자는 이들이 너무 많은데,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뿐이다. 우리의 행동과 기도로 꼭 이 사회가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참석자들은 미사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정현진 기자

류수희 씨(바르바라, 성산동성당)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이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가톨릭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오늘도 본당 차원에서 함께 참석한 이들을 봤다면서, “그렇게 더 많은 본당에서 신자들이 나오고, 주교님들도 현장에 나선다면 대통령도 바뀔 것”이라며, “책임있는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사회에 책임이 있는 부모들도 자녀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진실을 봐야 한다. 잘못한 것은 바로잡고 아픈 상처는 어루만질 때, 모두 바른 길로 가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그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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