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월호특조위 위원 이호중 교수

세월호참사 1년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여전히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나아가 안전한 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1년을 맞아 다시 상복을 입고 노숙 농성을 시작했으며, 희생자들의 형제, 자매까지 거리로 나서는 형편이 됐다.

진상규명을 위해 어렵게 만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지난 3월 5일 상임위원들이 석 달만에 임명장을 받았지만 정부의 시행령안에 막혀 공식 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는 2월에 시행령안을 제출했지만 묵묵부답이던 정부는 인력과 예산을 축소하는 한편, 해수부 파견 공무원의 수를 늘리고 기획총괄실장이 각 조사위를 관리하는 시행령안으로 응답했다.

세월호참사 후 1년,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임명되고 약 4개월을 지낸 이호중 교수(서강대학교 법학대학원)는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안식년을 거리에서 보낸 그는 가장 힘든 것은 정부의 행태가 아니라 희생된 아이들의 눈망울과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면서, “특조위라는 ‘진지’가 고립되는 것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렵고 답답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위가 해야할 역할을 찾고 고민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과제”라며,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밖에는 기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이호중 교수. 그는 현재 특조위가 처한 상황이 많이 답답하고 힘들다면서도, "특조위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이 사회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할 임무가 있다"고 말했다.ⓒ정현진 기자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이호중 교수(요한)는 그동안 쌍용차, 밀양 송전탑,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에도 꾸준히 관여해 왔다. 수많은 현장을 목격해 왔지만, 세월호참사의 충격이 그 어느 사건보다 컸던 것은 희생자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오롯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참사 이후 제기된 의혹, 해경과 정부의 대응도 어느 하나 납득할 만한 것이 없었다.

세월호참사는 단지 많은 이들이 희생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순이 총체적이고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국민대책회의가 꾸려졌고,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호중 교수도 이 참사가 궁극적으로 ‘안전과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뚜렷이 인식하게 됐다.

“특조위 활동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죠. 수사권과 기소권을 얻는 과정부터 그랬고 정부가 끊임없이 방해를 할 것이라는 것은 상수로 두고 가야 합니다.”

이호중 교수는 특조위가 겪고 있는 어려움, 특히 고립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진실 규명을 위한 하나의 ‘진지’가 구축된 셈인데, 진실을 밝히기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진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김재원 위원의 ‘세금 도둑’ 발언, 특조위 파견 공무원의 문건 유출 사건, 정부 시행령안 등은 예상했음에도 그 어려움을 새롭게 절감하는 일이었다.

그는 일련의 사건들이 특조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며, 앞으로도 특조위 모든 활동을 감시하고 방해하며, 무력화시키려는 활동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도 정부 입장에서는 ‘좋은 패’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시행령안 통과된다면, 특별법 개정 운동으로 가야 한다”

현재 특조위는 시행령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위원장 권한으로 즉각 개정안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별법에 명시된 위원장 의안 제출 권한을 통해 최선의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거부하면 그조차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이호중 교수는 “시행령안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결국 특별법 개정 운동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가 시정명령권을 가져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교수는 “시행령안을 악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그것이 깨진다면 근본적으로 특별법을 개정해서 특조위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못박아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특조위에 주어진 1년 6개월 중 4개월 이상 허비한 셈... 큰 손실

특조위 활동 시한은 애초 3년을 요구했지만 결국 1년 6개월로 합의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1월 1일로 소급하면 4개월, 임명장을 받은 시기부터라도 2개월째 소모 중이다. 1년 6개월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지만, 앞으로 시행령 통과와 예산 배정, 직원 채용 등으로 필요한 시간을 따지면 빨라야 6월 중에나 제대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예산 배정도 임명장을 받은 상임위원들의 인건비를 우선 배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아 현재 상임위원들은 월급조차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이호중 교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시행령안 제정을 비롯해 예산과 직원채용 과정에서도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면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최대한 독립성을 강화해 보겠지만, 법적 논쟁이나 인력 축소로 생기는 문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법적으로 지원해야 할 대상인 유가족을 반국가세력으로 만들고 있다”

이호중 교수는 지난 1년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정부에 대한 분노 보다는 희생자들의 얼굴과 유가족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에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한 명 한 명 바라보면서 해줄 말이 없다는 것이 가장 속상했다면서, ”특히 유가족들이 너무나 처절하게 싸우는 것을 볼 때 너무나 속상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내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 이호중 교수는 지난 1년간 가장 힘들었던 일은, 희생자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해 줄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정현진 기자

세월호와 가톨릭 교회... 교회는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합리적 대화와 작은 실천 낳는 ‘산실’이 돼야”

“잊지 않고 추모하자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규명하자고 하면 반대합니다. 기억과 추모는 혼자 기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 진실을 규명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가슴의 응어리를 푸는 과정이 필요해요.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가 책임지고 전체적으로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하느님의 사랑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요?”

그동안 이호중 교수를 대한문 미사, 광화문 단식기도회에서 많이 마주쳤다. 지난 1년간 가톨릭 교회가 해 왔던 일들을 그 역시 지켜봤을 터였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그가 바라본 교회, 그리고 바라는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 교수는 우선, 한국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 측면에서 가톨릭 교회가 끼친 영향은 상당하며, 세월호참사를 통해서도 여러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움직임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큰 힘이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참여와 함께 각 본당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모두 같은 마음일 수 없고, 반발하는 신자들을 만나면 난감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합리적 토론 없는 편가르기 구도가 강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교회 안에서는 합리적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대화를 통해 함께 가야할 길을 이끌어 내야 하는 종교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사랑과 용서에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가해자와 책임자의 진정성있는 사과, 진실 규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신자들이 추모하고 기도하겠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진실규명을 위한 실천에는 소극적”이라고 아쉬워하면서, “기도하는 한편, 시민으로서 실천이 따라야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고 올바로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의 정의를 만드는 과정이며, 교회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굶어 죽어 가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세월호참사에 대해서도 함께 목소리를 내주고, 유언비어에 대응하는 아주 작은 일들부터 시작할 수 있다. 교회가 그런 작은 실천의 ‘산실’이 되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말했다.

특조위의 임무, 이 사회를 탈바꿈시키는 것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룰을 회복시켜야

이호중 교수는 결국 세월호참사로 증명된 것은 “생명보다 돈”이라는 전반적 사고의 틀이라면서, 특조위의 궁극적 임무는 돈보다 사람의 생명이 절대적이며,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정부는 ‘안전의 문제’ 조차 안전산업 육성, 보험상품 개발과 같은 ‘안전 산업화’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기관과 제도가 있어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생명과 안전이 돈을 위해 희생될 가치가 아니라는 사회적 공론,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조위의 최고 과제는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호중 교수는 “이 모든 것을 위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라면서, 앞으로 특조위가 만드는 안전사회를 위한 공론의 장에 끊임없이 참여해 줄 것과 정부에 대응해야 할 상황에서 힘을 실어 주는 등,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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