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신부, 빈민사목위에서 강연


박기호 신부
빈민사목위원회가 진행하는 사순특강에서, 지난 3월 18일 박기호 신부가 ‘가난으로 보는 생명 평화의 환경’이란 주제로 가톨릭회관을 찾은 15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자발적 가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박 신부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난뿐 아니라 자발적 가난에 대해서 말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가난은 “부자로 가는 도중의 가난이 아니라, 어떻게 가난이 영성이 되고 치유가 되는지 아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신부는 생명을 무시하는 현상으로 전쟁과 생태환경 파괴, 그리고 의식의 포박화 등을 지적하였다. 즉 금융자본과 강대국 중심의 시장경제를 강요당하고, 사람들은 조상의 유전자와 상관없이 조금씩 변형되고, 기술문명의 발달로 우리 몸은 오히려 퇴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정보나 미디어 등에 의해 속박당해 시민의식이 실종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대량화, 대형화, 기술화로 인해 나타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작은 삶을 추구하고 의존을 최소화하며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정신”을 제시하였다.

박신부는 “우리 사회 안에 운동의 영감이 충만해지고 있는데, 예전에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일하다가 해체된 그룹들 중에서 일부가 이제 생태ㆍ환경ㆍ영성ㆍ공동체로 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들이 한국사회를 일으키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운동과 귀농운동 그리고 영적각성 등으로 질주하는 시대에 브레이크를 걸어 하늘도 쳐다보고 땅도 내려다 보고 좌우를 모두 바라볼 수 있도록 삶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신부는 "우리 시대에 영적 우물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으로 2004년 단양에 '산위의 마을'을 설립했다고 말하면서 "가난한 공동체를 만들자고 하는데도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었고, 생태적으로 살자고 하는데도 돈이 많이 필요하더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는 땅값이 오르거나 발전가능성이 거의 없는 곳을 찾아서, 돈이 안 드는 대로 그냥 산다”고 했다. 

김강산 어린이가 기타반주로 노래하고 있다.

현재 '산위의 마을'에는 19명이 함께 살고 있는데, 아이들도 오전에는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일을 한다고 한다. 축산은 아이들이 책임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없으면 어른들이 당황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마을 공동체는 모두 노동에 참여하는데, 노동은 퇴화되어가는 인간의 몸을 복구시킨다고 한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박신부는 이러한 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하고, "경제가 화두인 시대, 노동이 사라지고 편리함만 추구하는 시대에 ‘노동의 영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고민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한편 이 날 강연회에는 부모와 함께 산위의 마을 공동체에 살고 있는 김강산 어린이(7세)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선물하여 참석자들을 감동시켰다.

배은주/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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