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야 법정기념일로

“죄송한 마음으로 왔습니다.”

추념식을 마친 뒤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에서 만난 고동균 씨는 “죄송한 마음”이라며, 4.3 희생자 고 오동건 씨가 외할아버지라고 소개했다. 고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외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이었으며, ‘백조일손 묘역’에 묻힌 사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백조일손 묘역은 1950년 8월 제주도 대정읍에서 경찰에 학살 당한 민간인들의 묘지다. 1956년에 시신 132구를 수습했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한 곳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백조일손(百祖一孫)의 묘’라 하는 이유는 ‘132명의 조상이 한 날, 한 시, 한 곳에서 죽어 하나가 되었으니 그 후손은 모두 한 자손’이라는 뜻이다.

▲ 4월 3일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가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참배하고 있다.ⓒ강한 기자
4월 3일 오전, 안개가 자욱한 날씨에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6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렸다. ‘제주의 평화마음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추념식에는 4.3사건 희생자 유족과 일반 시민, 정치인, 종교인 등 1만여 명이 참석했으며, 정부를 대표해 이완구 국무총리가 참배하고 추념사를 했다.

추념식 뒤 참석자들은 위령제단에 꽃을 바치고 분향했다. 어떤 이들은 위패봉안소와 각명비 앞에서 자기가 아는 희생자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애도했으며, 작은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하기도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에서도 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고병수 신부 등 사제들이 참석해 4.3사건 희생자를 위해 기도했다. 최근 제1회 제주4.3평화상을 받은 김석범 작가는 위령제단에 헌화한 뒤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제주교구는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를 두고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3은 경찰 등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 단독 정부 반대를 내건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한 뒤 1954년 9월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밝힌 조사보고에 따르면 신고된 희생자 수는 1만 4000여 명이며, 잠정적 인명피해는 2만 5000-3만 명으로 추정된다. 희생자 대다수는 진압군경과 서북청년회에 의해 학살됐다.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은 2014년에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 4월 3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이들이 위패봉안소에 제사 음식을 차려 놓고 절하고 있다.ⓒ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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