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말해 할매는 어깨 인대가 끊어지고 몸이 상하셨지만, 변함없이 단단하신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장영식

말해 할머니는 변함없이 단단하셨습니다.
도곡마을 주민들 중에
끝까지 한전과 합의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말해 할매를 비롯해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말해 할매는 그 모진 세월 속에서
어깨 인대가 끊어지고, 온몸이 상했으나
할매는 더욱 또렷한 눈망울을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말해 할매는 오랜 만에 찾은 나의 두 손을 붙잡고
“내가 눈을 감기 전에 저 철탑을 뽑아뿌야 한다”라며
창 너머 보이는 765kV 송전탑을 바라보셨습니다.

지금 밀양은 80여 건의 기소와
2억 3000여 만원의 벌금 폭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밀양 어르신들과 연대활동가들은 벌금형 대신 노역형으로
밀양을 짓누르는 국가권력에 불복종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밀양 연대활동가들은
밀양 어르신들의 생태적 영성을 통해
에너지정의와 탈핵과 평화의 길을 배우고 선택했습니다.
이 정의로운 길을 우리 함께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 밀양의 생태적 영성은 에너지정의와 탈핵을 통해 정의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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