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3시 농성천막에서 미사 봉헌할 예정

 

사진/한상봉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들이 대운하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시국미사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인천교구에서는 이미 지난 2월 20일에 교구 일부 사제들이 모여 경인운하 강행, 미디어관련법 날치기 상정, 용산 철거민 강제진압 등 시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황상근 신부(제물포 성당)의 제안으로 사제연대(가칭)를 결성하고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으며, 이후 지난 3월 4일 가톨릭회관 312호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시작, 경인운하'라는 주제로 김정욱 교수(서울대환경대학원)의 강의를 중심으로 사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기산 주교(인천교구장)를 비롯해 30여 명의 사제들이 참석하였으며,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교구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기로 결의했다. 

3월 18일 오후 7시 30분에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시국미사는 이준희 신부(총대리)의 주례로 40여 명의 사제들이 공동집전하였으며, 300여 명의 신자들과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사제들은 이날 미사를 마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미사에 시작하면서 이준희 신부는 용산참사 관련 촛불시위에서 경찰이 얻어맞자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이 맞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냐?"고 했던 말을 인용하며, "한겨울에 시위 군중에게 물대포를 쏘는 나라, 생존권을 요구하다 6명이 죽었는데 사과 한 마디 없는 정부와 대통령이 있는 나라, 경제문제에 대해서 정부 입장과 다른 의견을 인터넷에 밝혔다고 감옥에 가두는 나라,  입으로만 법치 법치 하면서 합법적으로 임명되어 임기가 남았는데도 기관장을 강제로 쫒아내는 나라, 부자들은 세금을 줄여주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어디 있냐?"고 응수했다. 이어 "대운하 안 한다고 했다가 이름만 바꿔 4대강 개발하는 이런 나라에 사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이날 강론을 맡은 박요환 신부(만수3동성당)는 이날 독서와 복음을 통해 물신주의와 우상숭배에 빠진 이들을 질타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에집트를 탈출하고도 물신과 다산, 배부름과 욕망을 채워줄 우상(금송아지)를 섬기는 잘못을 범했으며, 하느님은 이에 분노하였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약속의 땅에 사는 게 아니라 우상의 땅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땅은 그저 투기의 대상이요 권력의 대상이 되어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면서 "이제 땅도 모자라 바다와 강마저 그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들 역시 경인운하가 생기면 습지가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아랑곳 않고 오직 얻게 될 이익에만 관심이 쏠리는 "거짓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단식에 들어가며 인천교구 사제연대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서에서는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보다 땅을 오로지 투기의 대상으로, 물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된 사실에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하면서 김포 고촌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4Km를 시작으로 3월 말부터 착공을 예정하고 있는 경인운하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사제연대는 오히려 홍수 피해 방지 목적으로 계획했던 굴포천 방수로를 친환경적으로 완공하고, 2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경제 효과와 고용유발 효과가 적은 토목공사에 투자하기 보다는 자연을 보호하거나 가난한 이들에게 복지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집행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미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촛불을 들고 농성천막이 있는 가톨릭회관 앞에 모여 간단한 집회를 갖고 귀가했으며, 사제들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다음날부터 단식농성이 진행되는 동안에 매일 오후 3시에 농성천막에서 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고동주/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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