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평화> 의장 가비노 자발라 주교,
핵무기 억제책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군비 축소의 “새로운” 국면 언급


'그리스도의 평화단'에 함께하는 미국 LA교구의 자발라 주교
새로운 정치 상황이 “미국의 핵무기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으리라는 큰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교구의 가비노 자발라 주교가 3월 11일, 군비 축소 운동을 새로이 시작하는 가톨릭 평화 기구인 미국 '그리스도의 평화단(Pax Christi)'의 출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교구 보좌 주교이며 그리스도의 평화단 의장인 자발라 주교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평화를 도모하는 일을 “필수적인” 소명으로 여길 것을 촉구하며, 가톨릭의 사회 교회와 복음의 비폭력 비전은 전쟁과 평화와 관련한 정론을 주도하고 미국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몬태나 주 그레이트폴스에 위치한 그레이트폴스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자발라 주교는 1983년 미국 주교단의 사목 교서 <평화의 과제>와 그것을 토대로 한 후속 문서들, 그리고 근대 교황들의 일관된 전쟁 규탄 연설들을 상기시켰다. 

이 사목 교서는 당시 소련 연방과 미국 간의 핵무기 견제 시기에 쓰여졌으며, 그 당시 “상호 완전 파괴” 전략이 두 초강대국의 핵무기 억제를 확실히 하는 방법이었다. 그 당시 주교들은 그러한 억제책을 잠정적인 전략으로서만 “점진적인 군비 축소로 나아가는 한 단계로” 인정했다.

자발라가 상기시킨 후속 문서들은 “‘점진적인 군비 축소’는 핵무기 제거를 단순히 하나의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치 목적으로 삼고 전념해야 한다는 뜻임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은 점진적인 군비 축소로 나아가지 못했다. 주교들은 곧이어 핵무기 억제책이 “제도화되고” “매우 장기적인 장치”가 되어버렸다고 평가하고, “1983년 사목 교서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자발라는 말하면서, 우리가 판단한 바로는 “핵무기의 역할이 냉전 이후에 더 확대되어, 상대편의 핵무기 사용을 방지한다는 제한된 목적을 넘어서, 이른 바 ‘긴요한 이권’의 보호를 비롯 광범위한 임무를 띠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자발라는 2005년 5월 국제 연합에 파견된 교황청 대사 셀레스티노 밀리오레 대주교의 연설을 “핵무기에 대한 가톨릭 윤리 교리의 큰 변화”로 지적했다.

이 연설에서 밀리오레 대주교는 핵무기 억제책의 도덕성을 의문시하고, 교황청은 그러한 방법을 점진적인 핵무기 축소를 향한 한 단계로서만 받아들인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결코 핵무기 억제책을 영구적인 대책으로 장려한 적도 없고, 그것은 핵무기 억제책이 더욱더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부추김으로써 진정한 핵무기 축소를 방해할 뿐임이 명백한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각국의 정치, 군사, 기타 지도자들이 군비 축소안으로 “Global Zero”를 내놓은 지난 12월 파리에서 열린 한 회의와, 전 국무 장관 헨리 키신저와 조지 슐츠, 전 조지아 상원 의원 샘 눈, 그리고 전 국방 장관 윌리암 페리가 함께 핵무기 폐기에 승인한 것으로 자주 언급되는 공동 성명을 예로 들면서, 자발라는 “우리는 핵무기 축소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의 비준으로 미국 정치의 큰 변화를 엿보았다고 말했다. 오래도록 추구한 대로 배치된 핵무기에서 촉발 경계 상태를 해제하고, 핵 분열성 물질 차단 조약을 협의하며, 모스크바 조약을 수정하여 그 조약에서 제안한 미국 러시아 무기 창고의 축소를 기정 사실로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행정부와 상원을 감안할 때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자발라 주교는 “지난 20년간, 가톨릭 사회 교리는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점점 더 신랄하게 단죄하였다. 침략 전쟁은 본질적으로 부도덕하지만, 미래의 위협을 예상한 방어 전쟁 또한 그 나름으로 부도덕하다.”고 말하면서, 이라크 전쟁과 막대한 인적 자원의 희생을 무시하는 “성공의 요구”를 비판했다.

그는 또한 한 미국중앙정보부 보고서가 몇 년 전 인정한 것처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오히려 테러를 부채질 했을 뿐이었다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만 7천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겠다는 오마바 대통령의 계획을 비판하였다. 이는 대통령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2개월에 걸쳐 전반적으로 재고해 보도록 요구한 지 며칠 안 지나 발표한 것으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매우 위험하고 복잡하지만, 전반적인 재검토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갑작스레 군대를 배치하기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자발라는 “전쟁의 대안을 제시하고, 비폭력이라는 예언적 비전을 제시하며, 그에 필요한 노력을 서두르는 것”은 이제 신앙인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하면서, “정치 담론에서 ‘비폭력’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이 연설은 그레이트폴스빌링스 교구가 공동 후원하였다. '그리스도의 평화단'의 군비 축소 운동에 대한 정보는 그리스도의 평화단 웹사이트에 나와 있다. 이 평화기구에 따르면, 이 운동의 목적은 군비 축소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증대시키고, 가톨릭 공동체 지도자들이 오바마 행정부가 진행 중인 “미국 내 핵무기 논쟁과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번역/김미경

[National Catholic Reporter 2009.3.12. 톰 로버츠]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