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골매마을의 한 주민이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신고리핵발전소 3,4호기를 바라보고 있다.ⓒ장영식

고향을 잃은 아픔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969년 고리핵발전소 건설이 계획되면서 1970년부터 고리마을 주민들의 집단 이주가 시작됐다. 고리마을 주민들의 이주 계획은 주변 마을 원주민들의 어업권 등의 생존권 문제 등으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힘든 여정을 겪어야 했다. 148세대의 주민 중 40여 세대는 기장군 온정마을로 이주하였고, 40세대는 서생면 신리 8반 골매마을로 이주하였다.

이 40세대 중에는 한수원에서 지급한 보상금을 이주하기 전에 이리저리 사용하고, 골매마을에서 집을 짓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끝내 골매마을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이 80여 세대 주민들 외의 나머지 주민들은 주변 지역으로 개별 이주를 했다.
 

골매마을로 이주한 주민들은 2000년 9월, 신고리핵발전소 3, 4호기 건설이 고시되면서 또 다시 집단이주에 시달려야 했다. 한수원은 골매마을 주민들을 서생면 신암마을로 집단 이주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신암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15년이 되도록 기초공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4월부터 골매마을 일대에 신고리핵발전소 5, 6호기 수중 취배수 구조물 축조 공사를 시작한다고 고지하면서 골매마을 주민들에게 임시 이주를 요청했다.

또한 3월까지는 골매마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농작물 수확을 마쳐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골매마을 주민들은 집단이주에 따른 피해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든 집과 농경지를 버리고 떠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골매마을 주민들이 신암마을로 이주하게 되면 그들의 생존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업권도 잃게 된다. 또한 집단이주해야 할 신암마을은 신고리핵발전소 7, 8호기가 건설될 지역이기 때문에 골매마을 주민들은 두 번째 집단 이주를 하기도 전에 세 번째 이주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다.


한국의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져 왔던 마을공동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마음마저도 파괴하며 건설되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 45년 동안 이와 같은 비인간적 행태는 아무런 성찰 없이 마치 복사판처럼 반복되고 또 반복되며 골매마을에서 재현되고 있다.

잃어버린 고향을 바라보며 골매마을에서 45년을 살아왔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고향에 대한 소중한 기억으로 묶여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골매마을 사람들의 그 희미한 기억마저도 망각의 바다 속으로 집어넣고 있다. 그들은 골매마을 사람들의 삶의 자리를 황폐화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정주하지 못하는 유민들로 전락시키고 있다. 도시의 비열한 불빛 때문에.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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