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5주년...천주교 ‘5.24 조치 해제’ 요구 계속돼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피격 사건 5주년이 돌아왔다.

이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천안함이 북한의 기습적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3월 23일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천안함 사건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2010년 9월 평택에서 미 해군과 한국 해군 장성들이 인양된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남한 사회 곳곳에서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3월 24일 논평에서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일종의 가설이 신앙처럼 강요되는 가운데,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이들은 마치 배교자처럼 취급되거나 종북 인사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천안함 사건 5주년을 맞이한 올해 천주교에서 눈에 띄는 발언은 없다.

과거에는 사건 직후인 2010년 4월 16일 당시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 주고 군이 사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운회 주교가 6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에서 “천안함 사건을 통해서 복수를 다짐하기보다 갈등을 풀어내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하지 않는 길”이라고 밝혔지만, 이러한 원론적 발언 외에 천주교에서 ‘천안함’을 직접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건 현장에 가까운 백령도 성당 신자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인천교구 백령도 성당 주임 오상민 신부는 3월 2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신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지만 이야기를 잘 안 한다”고 전했다. 오 신부는 “이분들도 굉장히 민감한 것 같다”며 “주민들에게 천안함 사건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결례가 될 것 같아 저도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에 따른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인 5.24 조치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의견도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 차원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2014년 12월 열린 민족화해센터 개관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주교회의 민화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정부는 하루빨리 5.24 조치를 해제하고 ‘공감적 대화’ 능력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은형 신부(주교회의 민화위 총무)는 천안함 사건 이후 2010년 11월 23일 일어난 ‘연평도 포격 사건’을 지적하며 북한의 재발 방지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북이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신부는 “5.24 조치는 완전한 단절 조치”라며 “그런 단절이 또 다른 불행을 만들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남북이 함께 만나 대화하고 풀어갈 부분을 찾는 기회”가 필요하다면서 “그런 시간을 만들기 위해 신자들이 기도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늘(3월 26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가 해방과 분단 70주년이라고 되새기며 “남북한 주민 모두가 행복한 통일 조국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순국선열들께서 간절히 바라시는 일일 것이고,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무모한 도발과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올 때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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