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7명 대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이 장발장은행에 성금을 전달했다. 염 추기경이 사도좌(교황청) 방문을 하고 돌아온 뒤 첫 일정이었다.

장발장은행은 벌금형 선고를 받고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로 해주는 기관으로, 지난 2월에 설립됐다.

지난 23일 염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청에서 장발장은행 운영진을 만나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법은 단죄했지만,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을 챙겨 줘서 고맙다”며 “돈을 빌려 간 사람들이 갚을 것인가가 궁금한 사람도 많겠지만, 어려운 사람들이 희망을 느끼면 빌려 간 돈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염 추기경은 지난 1월에 고봉중고등학교(서울 소년원)를 방문했는데 “적지 않은 아이들이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그곳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벌금형을 선고 받고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돼 교도소에 갇힌 이가 4만 3199명이라니 참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 염수정 추기경이 23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집무실에서 장발장은행 운영진과 만났다. (사진 제공=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에 장발장은행 홍세화 은행장은 고마워하며, 앞으로 벌금제 개혁에 염 추기경이 지원해 주길 요청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연말 오창익 대출심사위원(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염수정 추기경에게 장발장은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자, 염 추기경이 좋은 생각이라며 찾아오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오 사무국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로마에서 오자마자 만나 줘서 고맙고, 찾아오라는 말을 지켜 준 것에 대해 진정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회 사업이 아닌데도 이렇게 연대해 주고 챙겨 줘서 고맙고 벌금을 못내서 교도소에 가는 사람들은 진짜 가난한 사람들인데, (염 추기경이)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성금 액수에 대해서는 “많이 주셨다”고 답했다.

한편, 지금까지 450여 명의 시민과 기관, 단체가 장발장은행에 9200여만 원을 후원했고, 47명이 8200여만 원을 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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