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과 수교협상 관련 주목

지난해부터 시작된 교황청과 중국의 외교관계 재수립 협상이 이달 들어 교착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 동북부의 헤이룽장성에서 두 명의 지하교회 사제가 체포돼 주목된다.

일요일인 22일 무단장에 있는 한 기도소에서 주일 미사를 드리던 중 무단장 본당의 취안샤오윈 신부와 차오젠여우 신부가 경찰과 종무국 관리들에게 끌려 나갔다. 차오 신부는 외투도 챙겨입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등록되지 않은 예배 장소에서 불법 종교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8시간 동안 경찰에서 심문받은 뒤 알려지지 않은 다른 장소로 이송됐다.

지금은 부활절을 앞두고 교회가 바쁜 사순시기일 뿐 아니라 교황청과 중국이 외교관계 문제를 최종 합의하려고 서로 신뢰를 쌓고 대화를 계속해야 할 시점이기에 현지 가톨릭 신자들은 이 사건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지난 3월 12일 홍콩의 봉황TV와 인터뷰에서 교황청은 주교 임명에 대해 베트남식 모델을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식 모델은 요 몇 년 사이에 베트남의 주교 임명에 대해 베트남 교회가 주교 후보들을 먼저 교황청에 올리면 교황청은 베트남 정부의 확인을 받은 뒤 주교를 임명하는 방식이다. 베트남 또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공산국가로서 1974년에 공산통일된 뒤 교황청과 외교관계가 끊긴 상태다.

그러나 그 다음날 중국공산당의 영자지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중국 외교부가 교황청에 주교 서품 문제에 관해 “중국 가톨릭인들의 역사 전통과 현실을” 제대로 볼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홍콩시립대학 정치학과의 청유석 석좌교수는 중국 정부가 주교 서품권을 교황청에 양보할 의사가 여전히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의 독특한 외교 협상 방식을 설명하면서, “중국은 자신의 원칙과 틀을 세우고, ‘이 틀 안으로 들어와라, 그리고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 아주 전형적인데, 따라서 이번 외교부의 입장은 단순한 ‘NO’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교회는 1949년 공산화 이후 1950년대부터 교황에게 충성하는 지하교회와 주교를 독자적으로 선출하는 공식교회(개방교회)로 분열돼 있는데, 중국 정부는 공식교회만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공식교회의 주교도 여러 비공식 통로를 통해 사전, 사후에 교황청과 합의하고 서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교황청과 전혀 상의 없이 주교 서품이 이뤄지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지하교회의 사제를 인정하지 않거나 주교를 평사제로만 인정하기도 하고, 교황청은 교황 승인 없는 공식교회의 주교 서품을 인정하지 않는다.

▲ 중국과 타이완.(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청 교수는 근래 중국의 가톨릭 신자수가 급증해서 2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기에, 합의가 이뤄지면 교황청 측이 더 이익이라면서, “교황청은 중국에 접근하려 애쓰고 있으나, 별로 큰 진전이 없다”고 했다.

지난 2월에 중국 정부는 바티칸과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교황청이 타이완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 내정에 “간섭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건을 밝혔다. 교황청은 몇 년 전부터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타이완과 외교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를 타이완 정부로부터 받은 것으로 관측되기에 실제로 남은 문제는 “내정 간섭”, 즉 “외국 정부인 바티칸이 중국 (내부) 교회의 인사에 관여하는 것” 즉 주교 임명 문제뿐이다.

이에 대해 홍콩의 젠제키운 추기경은 3월 11일 한 이탈리아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교황청이 중국에 대해 별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타협하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은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자기네가 만든 서류를 내 놓고 서명만 강요한다. 이런 가짜 대화를 위해 우리가 주교 추천권과 서품권을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가톨릭교회는 역사적으로 스페인 같은 서구의 가톨릭 강국들에게는 주교 서품권이나 거부권을 줬던 전례가 있으나 근대 들어 점차 폐지하면서 교회의 독자성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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