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서 만난 사람. 손인성, 김영애 부부

3월 21일 정오가 지난 무렵, 의정부교구 신자들이 탄 버스가 잇따라 도착하자, 손님들을 맞는 두 사람의 손길이 유독 바쁘다.

“커피 한 잔 하세요. 물은 그냥 가져가시면 돼요”

진도 진길 성당 신자 손인성(스테파노, 67), 김영애(바울라, 63) 부부다.

▲ 손인성(맨 오른쪽), 김영애(맨 왼쪽)씨 부부. 팽목항을 찾은 수도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기억하기 위한 작은 실천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세월호참사가 해결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이들 부부는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뒤, 팽목항 미사에 참석했고, 이호진, 김학일 씨의 십자가 순례부터 팽목항을 찾는 이들에게 무료로 커피와 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남편 손인성 씨는 매일 천막성당 미사 안내를 하고, 부인 김영애 씨는 천막 밖에서 순례객들의 커피와 물을 챙긴다. 커피와 물은 모두 자비로 마련한다.

왜 이 일을 시작했냐는 물음에 김영애 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물 한잔, 커피 한잔 내미는 것밖에 없었다”며, “이거라도 마음을 보태는 것이 기억하고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한다.

이어,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주님이 하시는 일이지. 우리 때문에 목숨까지 바친 예수님에 비하면 뭐...”라며, 신앙 안에서 하는 일이니, 힘들지만 즐겁다는 답도 돌아온다.

“그저 짠한 거지....”

남편 손인성 씨는 고통의 자리에 매일 있는다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저 피어 보지도 못한 어린 것들이 그렇게 간 게 엄청나게 짠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예수님이 그 당시 어려운 이들을 보면서 이런 심정을 느꼈을 것 아닌가”라며, “아무 잘못 없이 희생된 사람들, 그 때문에 울고 있는 사람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그러면서도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돌린다. 매일 이 먼 곳을 찾는 이들이 고맙고, 힘들게 성당을 지키는 신부님들이 고맙고, 매번 일을 돕는 수도자들이 고맙다.

이들은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잊지 않고 찾아 주는 모든 이들이 “정말로 고맙다”며 하나 하나 인사를 전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빨리 인양 좀 해줬으면...”

인양. 두 촌부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이들은 1년이 다 되어 가는 세월호참사를 잊지 말아 주기를, 팽목항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정부가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제대로 인양해 주기를 우리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이곳을 지킬 것이냐는 물음에 이들은 “정한 날은 없다. 세월호 가족들이 안정을 찾고, 또 이곳에 천막 성당이 있는 한, 우리도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부부는 수산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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