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아카데미, 종교와 전쟁 문제를 다루는 강좌에 초대

 

종교와 영성, 평화와 다문화에 관해 통찰의 눈을 키울 수 있는 강좌가 마련되었다. 오는 3월 31일부터 10주간에 걸쳐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뒤집어보는 종교, 전쟁, 평화'라는 주제로 화요인문학교를 연다.  

이번 강좌의 기획을 맡은 주은경(참여연대 아카데미 부원장)씨는 "종교는 대부분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지만,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에 종교가 결합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이른바 현대에 들어와서도 계속되는 전쟁과 분쟁 상황에서 "종교가 도구화되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념대립이 사라진 뒷자리에서 자본과 정치권력이 종교를 갈등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번 강좌에서는 현재 가장 큰 종교적 충돌로 보이는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를 세계사적 배경과 인문학적 바탕 위에서 다루고, 우파 기독교로 권력에 기생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 문제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려는 시도다. 주은경씨는 "인류가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종교 본연의 성스러움이라면, 우리는 종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종교에 대한 통합적 역사의식과 비판적 시각"을 주문하고 있다.

주은경씨는 지금을 "종교와 영성의 시대"로 바라본다. "1970년대, 80년대에 활동하던 사회운동가들도 최근에 만나보면 종교와 영성에 관련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자기 자신도 특정종교에 입문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종교적 고민과 몰입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종교 안에서 평화와 감동을 얻어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동은 다만 한 종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언젠가 35일 동안 실크로드를 따라서 여행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결혼식에 참석하였는데, 아프카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지역과 종족의 사람들이 모여서 술도 안 먹으면서 5시간 이상을 춤을 추며 놀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들이 주은경씨에게 전해준 것은 "친절과 따뜻함"이었는데, 이것은 형제애로 같이 어울리는 "무슬림 공동체가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특별히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그네들의 성전에 가면  전례와 기도 안에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 무엇"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 엄청난 깊이를 지닌 종교에 대한 무지를 자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주은경씨는 "모든 종교는 문화교류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는 아시아인이면서도 다만 백인, 유럽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십자군과 동일시하면서 이슬람세계를 바라본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역사적 과정과 근대화 과정에서 종교국가와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 체제 등을 선택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면서 이 자리에 서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종교와 정치는 복잡미묘한 것이어서 단순히 국제정세로만 파악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주은경씨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마돈나하우스>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환대를 실천하고 있는 이 종교공동체는 사제와 신도들이 서로 평등하게 참여하는 곳이다. 여기서 그는 고요한 평화를 체험했다고 말한다. 어느 종교에도 매이지 않으면서도 다양하고 깊은 종교성에 깊이 몰입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개인의 종교적 영성과 거대한 정치적 구도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주은경씨는  종교와 정치, 자본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인문학적 지식을 공유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러 종교지도자들이 모여서 세계평화를 논하는 자리는 밥 먹으면서 한마디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종교와 정치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종교와 정치권력은 둘다 권력"이라면서,  대단한 정치인도 때로 종교권력 앞에서 엄청 약한 모습을 보이며, 종교인들도 정치권력 앞에서 비겁해지곤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종교가 정치권력 앞에서 수긋해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종교가 엄청난 토지와 학교, 병원 등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국가권력이 이를 용인할 때는 언제든지 머리 숙일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를 위협할 때는 엄청난 반발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란에서 팔레비가 쫒겨나고 호메이니가 등장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은경씨는 "이번 강좌에서 지금 종교의 모습을 낳은 역사적 인문학적 이해의 지평을 열어보려고 한다"면서, 마지막 날에는 발표자들이 모두 모여서 '종교간 평화운동, 그 비전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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