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문화 관계자들, "우발적 테러, 목적과 수단 혼동 걱정"

오늘 오전에 일어난 주한 미국대사 습격 사건에 대해 종교, 문화 관계자들은 용의자 김기종 씨(55)의 “돌발적이고 우발적인 테러 행위”라고 봤다.

문화평론가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용의자 김 씨가) “이전에도 돌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아 배후가 있거나 조직적인 것이 아니라 우발적 테러로 보이며, 개인의 피행망상이 작동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슬람국가"(IS)나 극단주의 무장단체처럼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 보이지 않다고 봤다.

용의자 김 씨는 2010년에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져 징역 2년에 집행유에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007년에는 청와대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씨가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이 교수는 김 씨가 386세대에 속하며 1980년대 초반에 군사정권에 대항한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김 씨의) 주변사람 증언에 따르면 본인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부들부들 떠는 반응을 보였다”며 외상후 스트레스의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리치료를 받게 하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이런 대책이 없어 반복된다며, 이번 일을 2008년에 있었던 남대문 방화 사건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방화범은 토지보상 문제로 불만을 품고 있었고, “문화재가 국가를 대신”하기 때문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마크 리퍼트 미 대사가 김기종 씨에게 칼로 공격 당해 얼굴과 손목을 다쳤다. (사진 출처=YTN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김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겨냥해) “훈련 반대한다”, “전쟁 반대” 등을 주장했다.

이에 이 교수는 미국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미국의 대외정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지 미국인 자체를 공격하는 것과 구분돼야 하고, 해서는 안 된다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목적뿐만 아니라 수단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김 씨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박 신부는 “다만 교회는 현상뿐만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배경과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이며 불평등이나 불의 때문에 내몰린 사람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경우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찾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나, 이번 사건은 테러 혹은 돌출적 폭력 행위로서 아무리 평화를 외쳤다고 해도 폭력적인 방법을 쓴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또한 “참된 의지를 가지고 대화와 협력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애쓴 사람들의 노력이 이번 일로 오해를 받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도 평화의 가치는 함께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지켜진다며 “폭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회 정인성 교무(원불교)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문제를 해결할 때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되며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오늘(5일) 오전 7시 42분쯤 서울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마크 리퍼트 대사가 김씨가 휘두른 25센티미터 길이의 칼에 오른쪽 얼굴, 왼쪽 손목 등을 다쳤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김 씨는 1984년에 ‘우리마당 독도지킴이’를 만들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대변인은 사건 뒤 성명서를 내고 “외교사절에 대한 가해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리퍼트 대사 피습에 대해 폭력적 의사표현에 대해 걱정하고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빌었다. 한교협은 “이일로 한국와 미국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평화통일위원회와 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는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키리졸브전쟁연습을 반대하는 목적이 옳다고 하더라도 테러에 반대하며 그러나 이 사건을 빌미로 전쟁연습을 강화하고 공안탄압을 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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