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복잡, 실효성이 문제

3월 3일 통과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주요 골자 중 하나인 ‘이해충돌방지’부분이 제외됨에 따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추가입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합의에 이르는 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애초 제안된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었는데 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공직자의 금품 수수, 부정 청탁 방지, 공직자 직무 수행에 따른 이해충돌 방지였다. 이번에 통과된 것은 이 가운데 금품수수와 부정 청탁 방지에 관한 부분이다.

‘이해충돌방지’는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 또는 친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원안에서는 이에 대해 15조부터 24조까지 10개 조항으로 규정했으며, 공직자, 고위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 외부활동 제한, 사업자 등과의 거래 제한, 소속기관 등에 가족 채용과 계약 체결 제한, 예산 등의 부정 사용 금지, 공용물이나 직위 등의 사적 사용 금지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원안 중 가장 많은 조항에 해당하고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목적에 주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위헌 소지를 담고 있어, 끝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이해충돌방지’에 적용되는 가족과 친족의 범위를 금품 수수, 부정청탁 방지와 달리 4촌 이내의 친족으로 규정한 것이다. 원안의 15조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 조항은 공직자 자신이나 친족이 특정 직무의 상대방인 경우, 공직자의 가족이 특정직무 상대인 사업자 등에 임직원, 사외이사로 재직하거나, 대리 또는 고문을 맡은 법인, 단체에 소속된 경우, 상대 사업자의 주식이나 지분을 일정부분 소유한 경우, 공무가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경우에는 회피 또는 기피하도록 하는데, 이 가운데, 공직자가 특정직무의 상대방인 경우에는 ‘제척’(해당 업무에서 배제)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청탁이나 업무 수행과 같은 적극 행위가 있어야 하는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와는 달리, 포괄적 업무에 적용할 경우, 관련 사업장에 4촌 이내의 친족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법안심사소위 등에서는 적용 대상을 ‘직업 업무를 집행하는 특정 직무’로 한정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특정 직무의 경우에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관련 범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 김영란법을 보도하는 YTN뉴스 동영상 갈무리.

“대법관이나 국무총리 가족은 직업을 가질 수 없나?”, “법리상으로는 그렇다”

2013년 ‘공직수행의 투명성 보장과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률안’을 제안했던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정무위원) 측은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갖는 중요성만큼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기식 의원실 이미래 비서관은 3월 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업무 대상에 4촌 이내 친족이 포함된다는 부분이 가장 심각한 위헌성을 갖는다면서, “이대로라면 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래 비서관은 언론사 경제데스크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실질적으로 모든 기업과 관련된 기사를 다루게 되는데, 4촌 이내의 친족이 해당 기사와 관련된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면 데스킹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공직자들이 해당 업무와 관련된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하고 회피하거나 제척되도록 조치해야 하는 시스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고위 공직자에 한정해서 부정, 부패를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동시에 가장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지속적으로 논의해서 4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4월에 합의된다면, 현재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또 수정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지속적인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 사건으로 공직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에 따라 부정청탁 관행을 뿌리뽑고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제안됐다. 제안 뒤 국회에서 표류하던 법안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세월호참사’가 일어나면서, 참사의 주요한 원인이 공직자들의 부정, 결탁, 비리 등에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직무와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을 넘게 금품을 주고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한다. 연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은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주고받은 금액의 2-5배의 과태료를 물린다.

법안 적용대상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관위, 감사원, 국가인권위, 중앙행정기관과 소속 기관 및 지자체, 공직유관단체, 정부출자 공공기관 등의 공직자,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 종사자 등이다.

또 “금품”은 금전과 유가증권 등의 재산적 이익은 물론, 음식과 술, 골프, 교통 및 숙박 등의 향응과 편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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