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 방법이 아닌 방향을 찾는 프로그램...장기적 준비 필요

인천교구가 복음화를 위한 사목 방향을 모색하며 콜롬비아 교회 ‘SINE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새 복음화(Systematic Integral New Evangelisation)의 약자인 ‘SINE 프로그램’은 멕시코의 알폰소 나바로 신부가 고안한 사목프로그램이다. 본당 사목 전반을 아우르는 총괄 시스템으로 교회가 신자들의 성사 생활만 관리하는 소극적 사목을 넘어 초기교회 신자들이 누렸던 복음의 역동성을 되살리자는 성취 지향을 두고, 관련 소공동체를 통해 모든 신자를 본당 활동에 참여시키는 방법이다.

콜롬비아 교회는 이를 15년 전부터 시행해 현재 80개 교구 중 40개 교구가 추진 중이며, 성과가 알려지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교회도 도입하고 있다.

‘SINE 프로그램’이 한국 교회에 도입된 계기는 아르헨티나 산마르틴 교구 문한림 주교의 소개다. 

인천교구는 지난 1월 26일부터 30일까지 교구 사제 34명을 대상으로 ‘SINE 케리그마 피정’을 진행했다. 이 피정에는 문한림 주교를 비롯한 콜롬비아 SINE 프로그램 고문 안토니오 게레라 신부, 사목전문가 마르타 이사벨라 나란호 씨 등이 참석해 직접 진행했다.

▲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 김현수 신부는 ‘SINE 프로그램’은 사목 방법이 아니라 복음의 기쁨을 찾아 나서기 위한 사목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현재 ‘SINE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준비하고 있는 김현수 신부(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장)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만난 자리에서 ‘SINE 프로그램’은 사목 방법이 아닌 사목 방향이며, 신앙 운동이나 일종의 프로그램이 아닌 신자들의 신앙 고백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아직 ‘도입’이라고 하기에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태고, 기존 소공동체운동의 현실적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이 단순한 사목적 기술이 아니라 신앙 고백을 위한 통합적 사목 활동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복음화의 근본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INE 프로그램’은 복음의 기쁨에 맛들이는 과정입니다. 복음의 기쁨을 우리 자신의 깊은 심연에서 찾고 느끼는 것이 처음이자 끝이죠. 그 단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프로그램 과정에서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김현수 신부는 복음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성보다는 감성, 알고 분석하는 것이 아닌 느끼는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중요한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내면에서 복음을 공감하고 또 타인과 공명하면서 복음에 깊이 몰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눔’이 중요한데, 성찰을 통한 나눔과 진정성 있는 고백이 상호작용하면서 깨닫지 못하던 내면의 신앙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예수님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도식화되고 주입된 예수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예수님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또 사도신경이나 기도문을 익숙하게 외우지만 무엇을 어디까지 믿고 고백하는지 묻는다면 선뜻 답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을 성찰하도록 만든다.

김현수 신부는 ‘SINE 프로그램’을 통해서 머리로 익숙한 신앙을 우선 거둬 내고 ‘느끼는 신앙’이 무엇인지 찾은 뒤에 이성과 결부되면 보다 성숙한 단계의 신앙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해진 과정과 방법보다 상황과 참가자들의 상태에 따라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지도방법 역시 ‘SINE 프로그램’이 가진 차별성의 하나라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를 찾아 전달하는 과정에서 복음의 기쁨으로 나가는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교구는 ‘SINE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구상하고 있다. 3월 중에는 6개 본당 사제들이 두 번째로 프로그램을 체험할 예정이며, 더 많은 이들이 체험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 교구 차원에서는 후속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콜롬비아 교구에 협력을 요청하거나, 전담 사제를 파견해 전수를 받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김현수 신부는 ‘SINE 프로그램’이 남미에서 시작됐고 한국의 실정과 문화가 상당히 다른 만큼 장기적인 준비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방법론으로 조급하게 도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며, 오랜 시간 진행되다 보면 한국형 ‘SINE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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