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무료 ‘이동형 푸드마켓’ 개소

"거동마저 불편한 어느 가난한 분이 휴일에 끼니를 굶는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대전 가톨릭농수산물지원센터 윤여창 소장은 이동형 푸드마켓 개소식을 갖게 된 동기이자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박진용 신부) 산하 대전 가톨릭농수산물지원센터는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무료로 농수산물 및 식재료를 나눠 주는 복지서비스를 시작했다. 갑자기 찾아온 경제 한파에 마음마저 얼어붙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한숨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기쁜 소식이다.

3월 12일 오후 2시 대전시 대덕구 법동성당 앞마당에서 무료 ‘이동형 푸드마켓’ 개소식이 있었다. 천주교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비롯해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신부, 김영관 대전시 정무 부시장, 정순훈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등 사회복지 관계 인사 20여 명과 수혜자 100여 명이 함께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으로부터  냉동탑차를  기증받고 있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이동형 푸드마켓의 주된 나눔의 무대가 될 2.5톤 냉동탑차 1대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기증받는 전달식도 있었다. 이 2.5톤 차량과 기존의 1톤 냉동탑차 등을 이용해 식재료와 밑반찬 등을 싣고 가난한 이들 속으로 달려가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게 된다. 나눔의 재료인 농수산물과 식재료는 대전 노은동과 오정동 농수산물시장, 그리고 그 인근 점포 상인들이 계속적인 기부로 이루어진다.

센터 윤소장은 "푸드마켓 개소로 당장은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50 여 가구 100여 명 정도에게만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대전시에 거주하는 9,600명 정도에 이르는 저소득층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앞으로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해 이발, 간단 진료, 작은 음악회 등의 서비스도 함께할 계획을 밝혔다.

축사에서 유흥식 주교는 "우리는 누구도 이웃에게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고, 또 어떤 사람도 이웃의 도움이 전혀 필요치 않은 부자도 없다."며 개소 2주년을 맞은 센터가 더욱 발전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나눔의 보고로 확장 되고, 주고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시설이 되기를 기원했다.

  감사미사중 손에손을 잡고 기도하는 참가자들
푸드마켓 개소식에 앞서 오전12시에 법동성당에서 초대 대전가톨릭 사회복지회 회장을 역임하고 대전 동부지구 지구장을 맡고 있는 이 본당 주임 황용연 신부와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장 신부의 공동 집전으로 대전가톨릭 농수산물 지원센터 개소 2주년 감사미사도 봉헌됐다.

박진용 신부는 강론을 통해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예수님이 하신 일이고 교회의 전통"이라며 사회복지 서비스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미사에는 지난 2년간 자발적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기꺼이 농수산물을 후원해 준 여러 업체와 사회복지기관 관계자, 센터 후원회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회장 장석만) 회원 등 150여 명이 함께해 자축했다.

대전 가톨릭농수산물지원센터는 잉여농수산물의 효율적 활용과 사회복지 측면이 부합되어 전국 35개 공영 농수산물 도매시장 가운데 최초로 대전 노은 농수산물시장 내에 개소하게된 것이다.

2007년 3월 8일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노은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20여 평의 비좁은 공간에 대전시가 2개 동의 저온창고 신축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송에 필요한 1톤 냉동차량 1대를 지원해 새로운 개념의 푸드뱅크로 시작되었다. 기존의 이미 조리된 음식을 나누는 것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나누는 푸드뱅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물품을 받고 환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수혜자

그리고 2년이 지난 오늘 사회복지시설의 지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설의 도움이 미치지 않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초고령 노인 등에게 식재료뿐만 아니라 밑반찬을 냉동탑차에 싣고 달려가 나눠주는 이동형 푸드마켓을 개소하고 서비스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센터는 시장에서 나오는 새 농수산물이나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식재료로 쓰기엔 문제가 없는 잉여농수산물을 도매사업자로부터 기부 받아 저온창고에 분류 보관했다가, 대전과 충남의 형편이 어려운 사회복지시설에 전하는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센터는 최우선적으로 무의탁 어르신과 행려자들을 위해 대전 시내 무료급식소 3곳을 지원했다. 아울러 넉넉지 못한 재정 형편으로 어려움을 겪는 보육시설과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 50여 곳을 지원했다. 2007년 3월 개소한 이래 2년 사이에 지원된 식재료는 현금으로 환산하면 8억여 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김장을 담고있다.
특히 개소 후 지난 두 해간 연말에 대전교구장을 비롯 600여 명의 봉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행복 가득, 사랑의 김장담그기 대축제'를 열었다. 이를 통해 담근 김장김치 4천 여 포기를 소년소녀가정과 독거노인, 장애인 가정 등 200 여 가정에 전달했다. 그리고 축제 때 기부 받은 2만여 포기의 배추를 대전과 충남의 복지시설에 전달해 큰 호응을 받아 앞으로도 매년 김장담그기 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센터는 상인들에게는 팔기 힘들어 쓰레기로 버릴 수밖에 없는 잉여농수산물을 기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어려운 이들에게는 먹을거리를 얻게 하는 나눔의 가교역할을 해 사회복지와 환경보호 두 측면에 이득이 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수혜자들에게 물품을 나눠주는 봉사자들
센터가 잉여농수산물 나눔의 가교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대전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와 대전시 그리고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 노은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의 기부, 후원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성원, 자원봉사자들의 실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센터가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비좁은 시설의 확충문제, 재정상태의 어려움을 극복할 후원자 및 후원 기업 발굴 문제, 겨울철 비수기 식재료 확보 등이 그것이다.

대전 가톨릭농수산물지원센터는 지난 8일로 창립 2돌을 맞았다. 그리고 2돌을 맞아 푸드뱅크로만 머물지 않고 이동형 푸드마켓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버리기는 아깝지만 하는 수없이 버려졌던 것들이 사랑으로 모아져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되면 일용할 양식이 되는 나눔의 현장이 되고 있다. 나누려는 의지만 있다면 나눌 수 없는 사람도 나눌 수 없는 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나누려는 마음을 모아 2년간 총 50여 개 복지시설과 어려운 이들에게 8억여 원에 이르는 나눔의 가교역할을 했다. 숫자로 보여 지는 성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누려는 마음이 모여 거둔 수확이기에 값지고 소중하다.

    대전가톨릭농수산물지원센터 윤여창소장

"전국에서 처음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에 잉여농수산물을 나누는 센터로 개소되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국 35개 국가 관리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이것을 확산시켜 새로운 형태의 복지서비스로 정착시키는 것이 바램"이라는 윤소장 말처럼 교회에서 처음 시도한 잉여농수산물 나눔의 가교역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새로운 복지시스템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요안/ 지금여기 기자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