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사회적 슬픔마저 껴안는다

 

송경동 시인(사진출처/민중의 소리)

<지금여기>에 고정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41세)에게 2월 9일 경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경찰은 지난 7일 밤 용산참사와 관련된 촛불집회에서 연행된 집회 참가자 8명 중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는데, 서울 혜화 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홍모(43세)씨와 임모(23세)씨, 홍모(33세)씨가 종로, 영등포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집회를 주도했고, 경찰 폭행사건에 가담한 혐의와 무전기를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으며,  송경동 시인의 경우에 애초에는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경찰관에게 돌을 던진 혐의"로 연행하였다고 설명했으나, 9일 브리핑에서는 "집시법 위반 혐의"를 걸었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송경동 시인은 인터뷰에서 "종로 5가 부근에서 인도 위를 따라 걷다 사복체포조에 의해 연행됐다. 흔한 경고해산 방송 없이 불시에 차도도 아닌 인도 위에서 연행된 것"이라고 혐의사실을 부인하였다. 또한 경찰은 당일 집회 시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한국작가회의 구성 및 지난해 10월 기륭전자 농성장 침탈과정에서 연행돼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 등을 추궁했다고 전했다.

송경동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그동안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에 적극 참여하였으며, 특히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더불어 농성장을 떠나지 않았으며, 최근 용산참사가 발생하자 범대위가 참여해 왔다. 

한편 경찰은 3월 7일, "불법가두시위 및 경찰관에 대한 폭력행사에 가담한 시위대뿐만 아니라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 수사하여 전원검거, 엄정 사법처리 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처럼, 송경동 시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용산 범대위에 대한 전면탄압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지 의혹을 사고 있다. <민중의 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용산 범대위 관계자는 “(송경동 시인이)용산 참사를 어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여러 문화예술인과 용산 참사의 아픔을 표현했던 분으로, 그를 상습집회 시위꾼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과 공안정국을 형성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 범대위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더욱 강경해지고, 용산 범대위에 대한 전면 탄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한국작가회의 동료인 오도엽씨는 <참세상>에 기고한 글을 통해 송경동 시인을 '거리의 시인'이라고 말하면서 "이 땅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후보자인 고은 시인 역시 한 때는 거리의 시인"이었다면서, "지금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김용택, 도종환, 안도현 시인 역시도 이 땅위의 폭력과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 싸워왔다. 이 외에도 수많은 시인들이 작게든 크게든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구하지 않고 거리에 서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송경동 시인은 "집안의 가난으로 인해 일찍부터 세상에 나가 생계를 꾸려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시인"이며, 그 고단한 삶의 이력에는 구로공단에서의 생활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송 시인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독학으로 시를 공부하였고, 2001년 <시를 여는 세상>과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2006년에는 출판사 '삶이 보이는 창'에서 <꿀잠>이라는 시집을 펴냈다.

오도엽씨가 "낮고 어두운 세계에 대한 연민과 희망의 미학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작가’로 평가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은 지난 해 12월 27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마지막 촛불문화제에서 '시를 쓸 수 없다'는 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월 20일 용산참사 추모대회 중 진혼굿이 있던 날, 불태워지는 옷자락 더미 위에 손을 쬐고 있는 송경동 시인.
5류지만 명색이 시인인데
꽃이나 새나 나무에 기대
세사에 치우치지 않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

자리에만 앉으면
새들도 둥지를 틀지 않을 곳에서 목을 매단
이홍우 동지를 위해
겨울 바닷가 조선소 100m 공장 굴뚝에 올라

며칠째 굶으며 또 고공농성 중인 이들이 먼저 떠오르고

한 자라도 쓸라치면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생각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병원 안 성탄미사 자리에서 쫓겨나
병원 밖에서 눈물 시위를 하던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들의 눈물이 먼저

똑똑 떨어지고

한 줄이라도 나가볼라치면
1년 내내 삭발, 삼보일배, 고공농성
67일, 96일 단식을 하고서도
다시 초라하게 겨울바람 앞에 나앉은
기륭전자 비정규직 동지들의

한숨이 저만치 다음 줄을 밀어버리고

다시 생각해보자곤 일어나 돌아서면
그렇게 900일, 400일, 300일을 싸우던
KTX, 코스콤, GM대우, 재능교육 비정규직 동지들의 쓸쓸한 뒷모습
못 다 이룬 반쪽의 꿈을 접고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랜드-뉴코아 동지들이 먼저 보이니

미안하다. 시야.

오늘도 광화문 청계광장 변에서 달달달 떨고 있는 시야
서울교육청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시야
YTN 앞에서, MBC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시야
까닭모를 경제위기로 생존권을 박탈당하며
이 땅 어느 그늘진 곳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수천만의 시야

나도 알고 보면 그냥 시인만 되고 싶은 시인
하지만 이 시대는 쉽게, 시를 쓸 수 없는 시대

(송경동, 시를 쓸 수 없다)

오도엽 씨는 "시인은 한 명의 개인이자, 한 명의 평범한 생활인"이지만, "시인의 삶과 시는 그저 한 개인의 일상과 아름다운 풍경, 인생의 깊은 의미를 획득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때로 한 시인의 삶과 시는 그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모순과 고통,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슬픔을 껴안는 데에까지 나아간다"라면서, 세상에 대한 연민으로 시를 쓰듯이 가난하고 무력한 이들의 편에 서서 싸우고 있는 송경동 시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송 시인에 대한 석방을 요청하였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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