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 “부부 일치는 하느님의 바라심” 주제로 기념대회

 

 

세상의 모든 것은 있을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사람의 향기 역시 제자리에서 제 본분을 다하며 뿜어낼 때가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경산시 중방동 경산터미널 건너편에 소담스레 자리한 약국에 가면 제자리에서 제 향기를 뿜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대구대교구 ME 대표 정문원(미카엘), 상현숙(그레이스)부부가 그들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약국을 개국해 이웃 건강의 파수꾼이 돼 왔던 상현숙씨, 그리고 정년 퇴임 후 아내의 약국에서 믁묵히 아내와 약국 지킴이가 되어주는 정문원씨 부부는 요즘들어 눈코 뜰새가 없이 바쁘다. ME활동과 본당 활동, 그리고 약국 일까지 평소에도 분주한 일상을 보냈지만 더욱이 올해는 대구대교구 ME가 30주년을 맞아 내,외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소중한 가정공동체의 지킴이 “부부”

“1979년 9월28일 대구 ME 첫 주말을 한 후 지금까지 30년간 6천 2백여 쌍의 부부가 ME 주말 교육을 받았습니다. 20주년까지 3천 쌍, 그리고 그 후 10년 간 3천 2백여 쌍이 주말에 참석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가정 공동체의 소중함입니다. 가정을 소중하게 가꾸고 유지하는 가장 큰 바로미터는 부부간의 사랑과 일치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6월6일 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개최될 ME 30주년 기념행사의 주제도 “부부 일치는 하느님의 바라심”이다. 하느님이 바라는대로 하는 것이 비전이며, ME로서는 그 비전이 부부일치라는 것. 부부 일치로 가정이 안정되면 사회가 안정되고 나라가 안정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ME(메리지 엔 카운터)는 부부의 일치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운동입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간 교육하는 ME 주말 모임을 하고 나면 부부 간의 일치와 사랑을 더 깊게 해 주지요. 또 배우자가 말하지 않는 깊은 속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게 됩니다. 형식적인 대화보다 정서적으로 깊은 공감을 하면서 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며, 자녀와 이웃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배우자의 소중함을 서로 인식하고 더욱 더 깊이 사랑하게 되며, 무엇보다 3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부부의 삶을 함께 되돌아 보고 남은 생애를 더욱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며, 부부의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이 줍니다.”

상현숙씨.
이들 부부는 ME 주말에 아직 참석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은근히 주말을 권유하면서 ME의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하느님이 맺어준 가장 소중한 인연이라는 ‘부부의 연’을 맺고 사는 사람으로서 그 역할과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ME 교육과 ME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더없이 좋다고 한다.

“해체되는 가정, 붕괴되는 가정이 늘어가고 있는 이 시대, ME의 소명은 여전히 가정의 화목입니다. 부부간의 의사소통과 화합이야말로 더없이 필요한 요소입니다. 의사소통은 대화로 이뤄지고 이것은 또 사랑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부부 간의 소통이 중요하지요. 마음을 열 수 있는 대화법, 배우자의 소중함을 이끌어 주는 교육이 ME입니다.”

삶 속에서 드러나는 부부 사랑의 자연스러움, ME 확산에 도움

1992년 2월28일부터 3월1일까지 85차 주말을 다녀온 정씨 부부는 1995년부터 주말 봉사부부로 ME 사도직에 투신해 20년 가까이 부부일치 운동을 해왔다.

어디서나 목격되는 정문원, 상현숙씨 부부의 다정다감한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발길을 ME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지인들은 이들 부부가 유난히 다정한 비결을 물었고, 그럴 때마다 ME 주말 교육을 권유했다. 심지어 정문원씨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ME를 권했다. 당시 67세, 70세였던 부모님이 아들의 성화에 ME 교육을 다녀왔고, 노부부의 인생은 예전과 180도로 달라졌다고 한다.

“옛날 어른들은 남존여비의 사상이 자연스레 형성됐지요. 부모님이 ME를 다녀 오신 뒤 아버지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생각에 마음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아버지에게 똑바로 표현할 수 있게 됐고, 비로소 자유로움을 얻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후엔 부모님들이 우리 형제들과 친구분들에게 ME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ME 전도사가 됐어요.”

정문원씨 부모는 일반 주말에 참석했지만 대구 ME는 2007년 10월 한국교회에선 처음으로 65세 이상 부부를 위한 은총(실버)주말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84세 최고령 참석자는 “ 내 생애 처음 맛본 최고의 행복” 이라고 소감을 발표해 봉사 부부와 참석자들을 즐겁게 해 주기도 했단다. “황혼 속의 신혼”이란 유행어도 이때 나왔다고 전해준다.

ME 30주년을 맞아 대표부부로 어깨가 무겁다는 정문원, 상현숙씨 부부는 “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실버 주말을 보다 확산하고, 다문화 가정 부부를 위한 주말, 장애우 부부들을 위한 은총 주말 등 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무엇보다 어려운 시기에 30주년 행사를 해야하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ME의 잔치에 가능한 많은 부부들이 참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많을테지만 부부 간에 서로 이해하고 힘이 되어준다면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부부 간의 사랑과 협심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ME는 부부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녀가 어린 가정은 모임에 참여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ME를 받는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주로 4~50대의 주말 참여율이 높지 때문.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 30주년 준비위원회를 꾸렸고, 부부간의 소통과 일치를 도모하는 ME의 장은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정문원씨는 내다봤다.

서울과 안동에 이어 한국에서는 세 번째로 ME를 받아들였던 대구대교구 ME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30년사 편찬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사랑이 처음과 같이 지금도 하나일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모든 부부가 생명의 원천이듯, 평화와 기쁨의 원천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또 이 사회의 희망이 되겠지요. 우리 ME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이 사회 속에서 흔들림없는 가정 공동체 모습을 이웃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가 가정과 사회 안에서 일치와 소통과 나눔이 풍성하게 맺는 열매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서로의 신뢰에 맞갖는 성실과 애정,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어우러진 삶을 만들어나가는 정문원, 상현숙씨 부부. 이들 부부에게서는 조화롭고도 은은한 인연의 샘물이 쉬임없이 흐르는듯 하다.

 

상인숙/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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