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6주기, 주거와 임차상인 보호 국회 토론회

“대한민국 세입자는 '사람'이 아니다”

용산참사 6주기를 맞아 서민 주거 복지와 임차상인 보호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1월 22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한 관련법을 만들 방안을 논의했다.

▲ 1월 22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과 민변, 용산참사6주기추모위원회, 참여연대 등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주취로 '용산참사 의미와 과제 - 서민 주거 복지, 임차상인 보호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들은 강제철거가 법의 허점은 물론, 세입자를 ‘주민’에서 제외시키는 사회적 인식과 정책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조효섭 대표(삶의자리)는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세입자와 임차상인은 계획 수립과 사업추진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면서, 이는 도시정비사업은 공공성을 제대로 갖지 못한 반면, ‘조합’측에는 공적 권한을 준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 재개발사업은 대도시와 재건축 위주의 사업 대상지 선정, 수익성에 맞춘 과도한 추진 과정, 거주민의 참여와 복지를 배제한 상업적 개발, 원주민의 낮은 재정착률,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당한 보상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역사적으로 현행 도시정비사업은 태생적으로 1930년대 일제하 ‘병참기지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며, 소유권과 자본 중심의 사고로는 현재 도시정비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퇴거금지법, 주거복지기본법, 도시재생법,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상가권리금 입법 등 없이는, 용산참사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기조 발표에 나선 이원호 국장(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회)은 또 다른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서 무엇보다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용산 참사의 배경은 수십 년 간 반복된 살인적이고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이라면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경비업법, 행정대집행법, 민사집행법, 주택과 상가임대차 보호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도시개발법 등 법률적 대안이 필요하며, 도시개발의 원칙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제퇴거 금지법과 관련해 ‘폭력행위 금지’ 이전에 근본적으로 ‘주거권’의 보장을 명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개발사업만 시작되면 ‘주민’에서 제외되는 세입자를 포함해, ‘거주민’을 개발사업구역에 거주하거나 생업을 위해 토지나 건물을 점유하는 사람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제퇴거금지법의 목적은 강제퇴거 금지에 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강제퇴거로부터 보호받도록하며, 헌법 및 국제인권조약에서 인정하는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망루 이전’과 ‘망루 이후’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망루 이전의 진실은 철거민들을 망루에 오르게 한 ‘살인 개발’의 야만성,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적, 정책적 책임이다”

이원호 국장은 ‘강제퇴거법’은 건설자본과 투기적 소유자의 재산권을 중심으로 이뤄진 현행 개발사업의 근본적인 변화와 균열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법적 개정을 넘어 ‘개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권리금 1억을 들여 한 빌딩에 카페를 열었다. 계약 당시 건물주는 ‘오랫동안 영업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계약기간인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건물주는 박 씨 몰래 건물을 팔았다. 새로운 건물주는 박 씨에게 350만 원이었던 월 임대료를 600만 원으로 올리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당장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변선보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상가임대차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가권리금 문제에 대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용산참사의 원인 중 하나가 '상가권리금' 문제였음에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입자들의 주거와 상가입차인들의 권리를 보장할 법률도 제정되지 않았다. ⓒ정현진 기자

해당 상가의 위치와 상권에 따른 바닥권리금, 점포 내 시설에 따른 시설 권리금, 특정 영업에 대한 가치인 영업권리금 등으로 구성되는 ‘상가권리금’은 용산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상가권리금은 감정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으며, 임차인 간에 주고받는 것으로 임대인이 개입하지 않지만, 임대인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임차인의 권리금을 침해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배상책이 필요하다.

변선보 변호사는 상가권리금 관련 또다른 문제는 ‘권리금에 대한 과세’라고 지적했다. 권리금을 주고받는 경우 대부분 세무 신고를 하지 않고 탈세하는 관행이 생기면서, 바닥권리금을 높이고 월세를 깎아, 권리금 폭등을 부추기게 된다. 이렇게 폭등한 바닥권리금은 세입자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쫒겨나는 원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상가 임대차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중요한 쟁점이 된다.

변 변호사는 퇴거보상제도를 민법의 손해배상 법리에 준해 실비 변상의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하면서, “재건축 등 임대인의 필요로 건물이 철거되는 경우, 임대차 관계의 종료가 불가피하지만, 임차 상인에 대한 적절한 피해 보상이 마련되어야 하며, 영업보상 형태의 보상(퇴거 보상)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리금에 대한 입법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입법안을 내놨으나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권리금 약탈 방지’를 주 목적으로 하는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2014년 1월 발의했다. 또 서기호 의원(정의당)은 2014년 3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임차인은 임차권을 임대차기간 내에 양수도할 수 있으며, 임대인은 일정 사유에 한해서만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측도 임대차계약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권리금 신고제를 도입해, 임대차계약 갱신 거절의 경우, 공익사업법을 준용해 퇴거보상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준비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도 2014년 3월 상가권리금 보호 제도화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재건축으로 인한 임대차 종료의 경우, 5년 이내 임대차계약 갱신 기간에 대한 개선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 이를 보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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