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 "불처벌의 그림자 극복"해야

아르헨티나 천주교주교회의가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의 의문사에 대해 사건이 난 지 3일 뒤인 22일 완곡한 어조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사진 출처 = www.worldjewishcongress.org)
니스만 검사는 19일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됐다. 이날 그는 지난 1994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대인단체 건물에 대한 폭탄 테러 사건에 관련된 이란인들을 현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사면해 주기로 밀약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니스만 검사는 유대인이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사건 직후 그가 자살했다고 표현했으나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등으로 불똥이 크게 튀자 22일에는 그가 자살한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건물 앞에 놓인 차량에 가득 찬 폭탄이 터지면서 85명이 죽고 300여 명이 다쳤으며 건물은 완파됐다. 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대 규모의 유대인 학살 사건이다. 이란이 배후 조종했으며 팔레스타인의 무장집단 헤즈볼라가 사건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란은 근거가 없다며 관련을 부인해왔다.

아르헨티나 주교회의는 상임위 성명을 내고 “당국과 모든 정치 지도자가 정직하게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할 필요를 느낀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아르헨티나 공화국의 정부기관들이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해치는 불처벌의 그림자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1970-80년대의 군부독재 정권 시절에 수많은 민주 인사를 납치, 살해했으며 아직도 상당수는 주검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이 시절에 군부가 국민을 상대로 벌인 이 인권유린 행위는 “더러운 전쟁”으로 불린다. 근래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도 책임자 처벌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강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이 지지부진하다. 더러운 전쟁 시기에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는 군부를 지지했다.

한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폭탄테러 2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한 비디오에서 이 사건을 “미친 짓”이라고 표현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진실 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