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해양사목부를 찾다

“해양사목부? 처음 들어봐요. 그런 것도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양사목에 대해 모른다. 당연히 해양사목을 맡고 있는 신부가 있다는 것도 모른다. 해양사목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자 어떤 이는 “신부님, 광어 싸게 살 수 있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회는 실컷 드시겠다는 말도 함께.

그렇다면,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바다의 별)이라고도 불리는 해양사목부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21일 오후, 인천교구 이주,해양사목부를 담당하고 있는 정윤섭 신부를 따라 인천항으로 들어가 봤다. 이날, 회는 먹지 못했다.

인천항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공항에서 세관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인적사항이 적힌 출입증이 있어야 하고, 항구로 가지고 들어가는 물건들도 확인받는다. 인천항을 수시로 드나드는 정 신부와 해양사목부 김은숙 사무국장은 간이 출입증이 아니라 2016년까지 출입할 수 있는 카드형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 해양사목부 사람들이 나비오스 알타이르 호에 오르는 모습. ⓒ배선영 기자

인천항을 통해서 한국의 자동차가 많이 수출된다는 정 신부의 설명을 들으며, 몇천 대의 차가 늘어선 곳을 지나 오늘 방문할 나비오스 알타이르(Navios Altair) 호 앞에 도착했다.

길이가 299미터나 되는 이 배에 22명의 필리핀 선원이 콩을 싣고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출발해 지난 14일에 인천항에 들어왔다.

2층에 있는 휴식공간에서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선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3명은 일을 해야 해,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윤석 신부는 미사를 집전했다.

정 신부는 선원들을 위해 영어로 미사를 집전했고,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을 방문한 것을 축하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그는 “거센 파도와 폭풍같은 어려움이 몰려와도 걱정하지 말라”며 이 배와 하느님이 항상 함께 하심을 강조했다.

미사가 끝나고 1월에 생일인 사람들을 위해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익을 잘랐다. 스텔라 마리스 로고가 그려진 모자, 초코파이 등을 선원들에게 선물로 나눠 줬다. 특별히 이날은 선원들이 요청한 묵주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주기도 했다.

▲ 정윤섭 신부가 1월에 생일이 있는 선원에게 선물을 주는 모습. ⓒ배선영 기자

이 배의 선장인 안토니오 에브리오는 “미사를 드릴 수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라고 한 그는 정 신부의 방문과 미사로 힘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특별히 묵주를 요청한 이유는 “기도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4층 꼭대기에 있는 조종실 등 배 안 곳곳에는 성모 마리아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해양사목은 인천과 부산 두 교구에 있으며 ‘바다의 별’(스텔라 마리스)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200여 곳의 큰 항구도시에서 활동 중인 가톨릭교회의 특수사목이다.

스텔라 마리스에서는 국제운송노조(ITF)와 연계해 선원들의 인권과 복지에 대한 상담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임금체불이나 계약보다 열악한 노동 조건, 비인격적 대우 등을 선원들이 털어 놓으면 정 신부는 이를 국제운송노조에 알려 주는 것이다.

스텔라 마리스의 로고가 그려진 차도 ITF에서 지원해 줬다. 선원들이 스텔라 마리스의 차를 보고 먼저 아는 척도 하고, 미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정 신부는 수시로 인천항을 찾아 선원들에게 환영의 말을 건네고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어본다.

근처에 있는 스텔라 마리스에 있는 사무실에 오면, 무료로 전화를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5년간 해양사목을 하면서 정 신부는 장시간 배 위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다. 좁은 공간에서 엄격한 규율에 따라 공동체 생활을 하는 스트레스, 적도를 지나면 덥고 황도를 지날 땐 추위를 견뎌야 하는 이들.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데 부모님의 부고나 가족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면 얼마나 괴롭겠냐고 안타까워하며 정 신부는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사람들이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 힘든 일을 하는 이들에겐 특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오가며 배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이랑 계속 보기는 어렵지만, 혹여 다시 보게 돼 서로를 기억하면 그 순간, 해양사목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

▲ 조종실을 둘러본 뒤, 선장에게 안전한 항해를 빌어주는 정윤섭 신부 ⓒ배선영 기자

“오늘 만난 선원을 1년 뒤에 다시 만나면 반갑고, 기쁨이 크다.”

인천교구의 해양사목부는 1988년에 설립됐다. ‘항만사도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해 1991년부터 예수성심전교회 왕주현 신부(레이몬드)가 첫 주임신부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1월부터 는 교구 산하 부서로 편성됐다. 매달 둘째 주 화요일 오전 11시에는 해양사목부 사무실에서 후원회 미사가 열린다.

한편, 지난 19일에 영국에 본부가 있는 해양사목회(Apostleship of the Sea)는 "2015 세계의 항구 사제들의 목록"을 팜플렛으로 만들어 항구에서 선원들에게 제공했다. 이 목록에 한국은 들어있지 않지만, 38개 나라의 207개 항구를 담당하고 있는 사제들의 이름과 이메일, 연락처가 담겨있다. 이 목록은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www.apostleshipofthesea.or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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