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수감자에 수염 허용"

미국 대법원은 1월 20일 보기 드물게 만장일치로 한 판결을 내렸다. 아칸소 주에 있는 한 교도소는 이슬람인 수감자가 종교적 이유로 수염을 기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이슬람 신자인 압둘 무함메드는 자기 종교에서는 수염을 자르는 것을 금지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칸소 주 교정국에서는 수인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다만 의료적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1/4인치(6.5밀리미터) 길이로 기를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Hank James via Flickr

무함메드는 타협안으로 1/2인치(1.3센티미터)로 기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교정당국은 그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그는 법원에 소장을 냈으나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그는 마침내 대법원에 직접 편지를 써 보냈는데, 대법원은 2014년 3월에 그의 주장을 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교정국은 수염을 기르면 보안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감자들이 길게 자란 수염 속에 금지 품목을 밀반입할 수도 있고, 탈옥을 할 때 수염으로 변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사유로는 수염 금지가 수감자들의 종교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교도소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수단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한 이미 미국의 수많은 교도소가 1.3센티미터까지 수염을 기르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함메드의 재판을 법률 지원한 “베켓 종교자유 재단”에 따르면, 43곳의 교도소가 1.3센티미터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그 보다 더 길게 허용하는 곳도 41곳이나 된다.

베켓 재단의 래스바흐 변호사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관리들이 그저 정부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종교 자유를 제 맘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에는 미국 내 여러 종교가 무함메드를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 천주교주교회의를 비롯해 대표적인 개신교 근본주의 교단인 남부침례교회, 여러 유대교 단체, 그리고 많은 이슬람 학자들이 그를 위해 법정 설명서를 제출해 줬다. 미국 정부,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여기에 동참했다. 수염 1.3센티미터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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