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해결 어려워 법정 고발까지

평신도 단체인 예수노상전교회의 활동정지와 관련해 이 단체가 내부 문제의 자체 해결에 실패한 것이 교구 개입의 원인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회를 넘어선 법정 다툼도 이어질 전망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014년 12월 30일 ‘전국천주교 예수노상전교회’에 대해 3년 활동 정지 명령을 내렸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4년 3월 예수노상전교회 이관희 회장(65)이 “공금을 착복”했다며 고발한 예수노상전교회 전 감사 오영란 씨를 1월 16일에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자리에는 2011-13년 예수노상전교회에서 활동하며 2014년 1월 단체 내부 감사와 회장 고발을 도운 안준국, 허미향 씨 부부가 동석했다.

이관희 회장과 오영란 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오영란 씨는 서울대교구 단체사목부의 연말보고서 제출 요청에 따라 2014년 1월부터 예수노상전교회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했다. 오 씨는 회계감사 도중 문제점을 확인하고 담당 사제의 철저한 감사 지시를 받아 이 회장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하지 않는 등 감사 방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 이상 자체 감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14년 2월 교구에 보고했으며, 2014년 3월에는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오영란 씨는 2014년 10월에 검찰이 이관희 회장의 업무상 배임, 횡령 혐의를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하자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오 씨는 2014년 11월 작성한 항고이유서에서 이관희 회장이 자기가 쓴 선교책자 “왜! 예수님을 꼭 믿어야 하는가?”를 가톨릭출판사에서 약 265원에 사서 예수노상전교회에 700원에 팔아 이익을 얻은 것이 업무상 배임죄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예수노상전교회 회칙과 총회 결의, 계약관계, 증언 등 어디에도 회장이 회원을 상대로 책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회칙상 예수노상전교회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할의 비영리단체로, 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은 무보수로 활동하게 돼 있다.

▲ 예수노상전교회 회원이 거리에서 선교 책자를 나눠 주고 있다. (사진 출처 = 예수노상전교회 홈페이지 동영상 갈무리)

“왜! 예수님을 꼭 믿어야 하는가?”는 75쪽 분량의 책으로 이관희 회장이 쓰고, 예수노상전교회 담당 사제 김정남 신부의 감수를 받아 2005년 4월에 초판이 나왔다. 성경과 천주교 교리에 대한 간략한 해설이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을 거리에서 나눠주는 선교가 예수노상전교회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이관희 회장이 “왜! 예수님을 꼭 믿어야 하는가?”를 예수노상전교회에 팔아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이 회장과 반대 측, 검찰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북부지검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 회장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예수노상전교회에 선교책자를 공급하며 차액 이익을 취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가 회장 역할과 별도로 모든 회원을 상대로 그 과정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채 책을 팔아 이득을 남긴 것으로 판단될 뿐 회장 임무에 위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신이 책 저자로서 예수노상전교회에 책을 판매했으며, 초창기 회원들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이후 단체 규모가 커지면서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관희 회장은 가톨릭출판사에서 책을 사는 약 265원에 광고비와 택배, 전화 요금 등 운영자금을 더하면 책 1권에 드는 총 비용은 450원 정도이며, 자신이 갖는 이익은 약 250원이라고 1월 1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한편 안준국 씨와 허미향 씨는 2014년 예수노상전교회 감사 과정에서야 책 원가가 약 265원이라는 것이 드러났으며, 그 전까지 회원 대다수는 원가를 700원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 회장이 “착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씨 등이 제공한 예수노상전교회 2013년 회계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예수노상전교회가 1년 동안 구입한 선교책자는 15만여 부다. 이 회장의 말대로 이익금을 250원으로 계산할 경우 모두 3750만 원의 이익을 얻은 것이 된다.

이관희 회장은 “법에서 이익금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내 책을 팔아서 얼마를 벌었든 배임은 아니다”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에 대해 안준국 씨는 책 “왜! 예수님을 꼭 믿어야 하는가?”를 2005년 천주교가 인가한 것은 선교용으로 써도 괜찮다고 한 것이지 책 장사를 하라고 허락한 것이 아니라며, 265원짜리를 700원에 단체에 팔았다면 장사를 위해 예수노상전교회를 결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준국 씨는 그들 부부가 선교에 대한 열정을 갖고 예수노상전교회에 1000만원 넘는 후원금을 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열의를 갖고 몇 년간 참여한 단체였기 때문에 뒤늦게 알게 된 회장의 책 장사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컸다. 부부는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표현했다.

안 씨는 평신도 단체장에 대한 교회 차원의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담당 사제가 처음부터 지도를 잘 했어야 한다며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신내동 본당 소속인 이관희 회장은 1월 2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대교구의 단체 활동 3년 정지 명령은 부당하다며, 교회에 문제제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런 것(활동 정지 명령)을 하려면 우리를 불러서 이야기를 해야 했다”며 “(서울대교구에) 11번의 건의를 했지만 단 한 번도 합당한 대답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일(일요일)이었던 1월 11일 이관희 회장은 회원 20여 명과 함께 서울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예수노상전교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그 다음 주일(1월 18일)에는 시위를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이 회장은 “3년 정지는 다른 말로 하면 없어지라는 것”이라며 “교구가 전교하라고 사정해도 모자랄 판에 죽으라고 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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