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족 유영숙 씨와 부상자 지석준 씨..."함께 살자"

용산참사 6주기를 이틀 앞둔 1월 18일 오후 7시. 유영숙 씨(루치아)와 지석준 씨(안드레아)가 서울시 중구 순화동 재개발현장 앞에서 ‘주거권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용산참사 당시, 유영숙 씨는 연대 투쟁에 나섰던 남편 윤용헌 씨를 잃었고, 지석준 씨는 남일당에서 추락하면서 허리와 다리 부상을 입고 여전히 10여 차례의 수술을 이어 가며 투병 중이다.

▲ 순화동에서 철거민 생존권, 주거권 투쟁에 나선 유영숙, 지석준 씨. 이들은 철거민이 된 지 7년 만에 비로소 권리를 찾는 싸움을 시작했다며 오히려 기쁘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삶터와 일터에서 쫒겨난 지 7년 만에 이들이 다시 싸움에 나선 것은 생존과 주거의 권리를 스스로 외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비로소 싸울 수 있어서 기쁘다는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 지어진 상가를 임대해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과 고 윤용헌 씨와 지석준 씨에 대한 조합 측의 사과”다.

처음 재개발이 시작될 때, 주민들이 요구했던 것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먹고 살 수 있도록 임시 상가를 마련해 달라는 것과 새로 지은 건물에 원주민들이 상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한 순간에 묵살 당했고, 돌아온 것은 70살 노모에 대한 폭행이었다.

지금은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 순화 1-1'로 불리는 이곳에서 지석준 씨와 윤용헌 씨는 ‘민물장어 나루’와 한정식집 ‘미락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2007년 순화동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에서 살거나 상가를 운영하던 70여 세대 주민들은 2008년 가을부터 동원된 용역에 의해 쫒겨났다. 보상금은 상가의 경우 영업보상금 1000만여 원이 전부. 도저히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거주지에 대한 보상은 감정평가에 따른 것이지만 이사비용 수준이어서 입주민들이 감정평가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2013년까지 조합원 간의 갈등으로 재개발이 미뤄졌고 철거 지역은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다가 지난 2014년 초 재개발 시공권을 넘겨받은 롯데건설이 지하 5층, 지상 22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 '순화동 1-1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로 22층 자리 건물이 들어설 펜스 너머는 70여 가구의 삶과 일이 있던 곳이었다. 생존권과 주거권을 모조리 빼앗긴 채 쫒겨난 이들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른다. ⓒ정현진 기자

“용헌이 형, 미안해. 여기 순화동에 형이 그토록 말했던 천막을 쳤어, 잘 지켜봐”

첫 연대 집회가 열린 19일 저녁, 지석준 씨는 하늘을 향해 윤용헌 씨를 불렀다. 친형제처럼 지내던 윤 씨를 잃은 후, 그는 제대로 투쟁해서 이기기 전까지는 형을 볼 수 없다며, 묘가 있는 모란공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지석준 씨는 발언에 나서며 “이렇게 순화동에서 목이 터져라 외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자본과 조합을 향해, “다른 이들의 생존권을 다 박살내고 착취한 재산으로 행복한가”라고 물으며, “이곳에서 우리가 이긴다면, 아주 조금이나마 생존권과 주거권을 박탈당한 이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순화동 재개발 지역, 그가 살았던 집과 가게터는 그의 고향이었다. 순화동 1-47번지는 그가 40여 년 살았던 집이었고, 가게는 1-109번지였다. 지석준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잘못된 개발 정책을 알리기 위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싸울 수 밖에 없다”면서, “누구나 철거민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나와 내 가족의 일, 이웃의 일, 친구의 문제일 수 있는 재개발에 대해 연대의식을 갖고 함께 알리고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우리 남편이 다 하지 못한 투쟁을 내가 끝까지 할 것입니다. 남편과 모든 이들에게 꿋꿋하게 싸웠다는 것을 보여 줄 것입니다”

유영숙 씨는 순화동 천막 투쟁을 시작하면서 남편이 입던 조끼를 찾아 입었다. 그는 순화동과 용산이 다르지 않다며 연대에 나섰다가 죽음에 이른 남편의 뜻을 기억한다면서, “우리가 쫒겨난 지 5년이 지나도록 벌판으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마음이 아팠지만, 싸우기 위해 천막을 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싸우고 이겨서 지석준 씨와 함께 남편에게 갈 것”이라며 연대의 힘을 믿으며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임용환 신부는 역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임 신부는 순화동 천막을 보며,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용산을 기억하고 함께 한다는 것이다. 빈민사목위원회도 함께 순화동 싸움에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순화동 재개발 지역 앞 농성 천막. 유영숙 씨와 지석준 씨는 이제서야 천막을 칠 수 있게 됐다면서, 이곳에서 끝까지 싸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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