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시도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조만간 푸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 1월 15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푸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긴급 성명을 내 반발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수입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들면서, “수산물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적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 실사 조사에 따라 과학적 안전성이 입증되면,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과학적 안전성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요지로 답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외교적 관점으로 다루고 있다”며 비판했다.

먼저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등 서울지역 시민사회 15개 단체로 이뤄진 ‘방사능안전급식실현 서울연대’는 논평을 내고, “학교급식을 비롯한 단체급식에 방사능 예방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금지 조치가 해제된다면,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대 전선경 대표는 이에 대해 “서울자치구 중 2군데에서 주민발의로 관련 조례가 제정될 정도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은 상태에서, 이런 불안을 달래기 위한 엄격한 급식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는커녕 외교적인 이유 때문에 아이들 식탁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무능하다면 지방정부라도 나서서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금여기 자료사진
또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한살림, 녹색당, 핵없는 세상 등 56개 시민사회단체 또한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아예 “전체 일본식품의 수입을 금지할 것"과 방사능 안전식품 관리체계에 대한 대책 마련 및 합리적 공론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국민의 건강권을 외교수단으로 만든 외교부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를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외교부의 입장에 대해 “극심한 일본과의 외교 마찰을 줄이려는 편의적 발상이며, 식품 안전 문제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면서, “정부는 일본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생각이 없음은 물론, 사회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일관되게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자국민의 건강권과 아이들의 미래 안전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것이며, 수입을 강행한다면, 불통의 대가는 고스란히 정부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아이들의 미래에까지 손을 댄다면 국민의 안전과 아이들의 건강을 외교적 수단으로 여기는 정부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임시 특별 조치’를 시행해왔다. 일본의 대 한국 수산물 수출액은 후쿠시마 사고 전에 비해 약 75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 정부에 수입 금지 해제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2014년 7월에는 “2-3개월 내로 해제 조치가 없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1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식품, 동식물 위생검역위원회에서도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2014년 12월 15일-19일, 2015년 1월 12-17일 두 차례에 걸쳐 민간중심의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일본 수산물 안전성 검토를 진행하고 과학적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수입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은 찬핵 입장의 전문가를 앞세운 조사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 전역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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