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바레인, 미얀마 등에 수출

터키와 한국의 시민, 인권 단체가 한국 정부에 터키로 최루탄 수출 허가 중단을 촉구했다.

1월 16일 오전 11시에 천주교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16개 단체는 방위사업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인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 최루탄이 뒷날 터키 민중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한국 정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4년 1월 터키 정부는 최루탄 190만 발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고, 한국의 한 최루탄 생산업체가 입찰을 따내 올 1월 중순까지 첫 번째 선적이 이뤄질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이에 터키로 최루탄 약 165만 발을 수출하는 것을 허가했다.

▲ 16일 방위사업청 앞에서 한국정부의 대(對) 터키 최루탄 수출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배선영 기자

시민, 인권 단체들은 “최루탄이 흔히 비살상무기로 알려져 있지만, 터키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했던 방식을 보면 최루탄은 얼마든지 살상무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2013년 5월 말에 게지 공원 재개발 문제로 촉발된 시위과정에서 터키 정부는 시위대를 진압하며 최루탄을 썼고, 이때 직접 사격한 최루탄에 맞아 15살 소년 한 명이 죽었다.

또한 이들은 “터키에 대규모 시위가 예상된다”고 했다. 터키는 다가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압승해 대통령 중심제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왔다.

이들은 “그동안 터키 당국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을 남용해 시민을 탄압해 왔다는 판결과 보고서가 넘치지만 방사청은 인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터키 정부의 말만 믿고 수출을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최하늬 캠페인 코디네이터에 따르면 방사청은 최루탄을 수출하는 한국의 업체가 터키 정부로부터 최루탄을 안전하게 사용하겠다는 문서를 받아 방위사업청에 제출하는 조건으로 수출을 승인했다.

▲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이 피묻은 달러와 한국산 최루탄을 형상화해서 들고 있다.ⓒ배선영 기자
최 코디네이터는 “터키 정부는 이미 과거에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을 일으켰는데, 과연 이 종이 한 장으로 터키 정부의 의지를 확인 할 수 있는지,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처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자국 국민들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최루탄을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한국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 라고 말했다.

한국은 한때 세계에서 최루탄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쓰는 나라였으나 김대중 정권 시절인 1999년부터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터키에 최루탄을 수출한 대광화공의 김종배 대표는 1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소년이 맞은 최루탄은 발사식으로 이 사건 이전에 대광화공은 터키에 발사식을 수출하지 않았다”며 그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인명사고가 나는 것은 사용자가 안전수칙을 위반하기 때문이라며, 대광화공은 산탄식 등 안전한 최루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코디네이터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한국 업체의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터키에서는 최루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그것이 한국산 최루탄 때문이 아니라고 해서 한국기업이 수출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최루탄을 수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터키에서도 15일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에 터키 시민, 인권단체들이 주 터키 한국대사관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 무랏 세킥 국장은 터키 당국의 최루탄 사용 방식이 부적절하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에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시위진압 장비를 터키로 수출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조하는 수치스러운 파트너 국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 터키 한국대사관에 보내는 탄원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캠페인에는 4만 1000여 명이 서명했다.

한편, 지난해 1월 인권단체들의 ‘선적을 멈춰라'(Stop the Shipment)라는 압력에 방사청은 바레인으로 최루탄 수출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2011년부터 바레인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3년간 39명이 최루탄으로 인해 죽었다. 한국은 바레인에 최루탄 144만 발을 수출했었다.

작년 3월에 바레인의 인권활동가들이 한국을 찾아 자신들이 직접 목격하고 연구한 최루탄의 실상을 알리기도 했다. 이들은 “바레인 최루탄으로 죽은 이들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11년부터 작년 9월까지 전 세계 24개국에 316만 발의 최루탄을 수출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 18만 발 이상, 수년간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에도 27만 발 이상을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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