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시성성 신학자문단 판단

한국에서도 영화로 잘 알려진 오스카르 로메로 대주교가 ‘순교자’로 판정돼 시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 오스카르 로메로 대주교.ⓒ지금여기 자료사진
로메로 대주교는 남미 엘살바도르의 군사 정권에 맞서 “교회는 목소리 없는 자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며 빈곤층을 지원하고 인권운동을 하다가, 1980년 3월 미사를 드리던 중 암살당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내는 신문 <아베니레>는 시성성 신학자문단이 로메로 대주교가 죽은 것은 신앙 때문이라고 1월 7일에 판정했다고 보도했다.

가톨릭교회에서 어떤 이가 성인품에 오르려면 두 가지 기적이 확인돼야 하는데, 첫 기적이 확인되면 복자품에 오르며 두 번째 기적이 확인되면 성인품에 오른다. 그런데 순교자는 기적이 없어도 복자품에 오를 수 있어서, 한 가지 기적만 있어도 성인으로 시성될 수 있기 때문에 순교자로 판단되면 성인이 되기가 그만큼 쉬워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판단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로메로 대주교를 순교자로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아예 로메로의 시복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시성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가톨릭 신자가 어떤 이유로 탄압을 받아 죽는다고 해도 모두 순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신학자문단은 로메로 대주교가 암살당한 것은 그의 정치적 언행 때문이 아니라 신앙 행위 때문이라고 본 것으로, 약자를 옹호하고 군부독재에 항의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그의 행위가 신앙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신앙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엘살바도르 교회는 암살 직후부터 그를 순교자로 봐 왔다.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이기도 한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은 1994년부터 산살바도르 대교구에 의해 공식 절차가 시작됐고 1997년에 교황청에 제출됐으나, 해방신학을 경계하고 억눌러 왔던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는 그간 이를 묵혀 두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남미 출신인 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직후에 그의 시성 절차를 재개했다.

한국에서는 그의 활동과 죽음을 다룬 영화 “로메로”가 1989년에 상영돼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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