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우리동네 끄트머리에 있는 43번지,
이제 그 곳 여기저기에도 빈집이 늘어간다.
점점 무너져 폐허가 되어가는 집들을 보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할머니는 주변에 흩어진 콘트리트 조각과 돌, 나무를 주워 담을 만들었다.
담 안쪽에는 버려진 화분과 스티로폼박스를 나란히 놓고 흙을 담아놓았다.

이제 곧 40층이 넘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는
무너져 가는 동네 한 켠에 만든
할머니의 담.

그 작은 담이
폐허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내게
속삭인다.
‘무너져 없어질 것을
쓸모없는 일이라고, 괜한 짓 한다고 생각지 말라고
낮은 숨을 쉬더라도 오늘을 이어 가는 게 삶이고 희망 아니겠냐고’

유동훈/기차길옆 작은 학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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