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물벗]

 



호주 팬튼 부부 이야기

호주 시드니 위 동쪽 끝에는 ‘바이론 베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전 세계 지역 공동체의 토종 종자 부활과 종자은행 설치를 호소하고 있는 민간단체인 ‘종자보전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의 대표는 ‘팬튼 부부’입니다. 팬튼 부부는 집 정원을 지역 종자 보전을 위한 본보기가 되도록 채소 농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토종 씨앗에서 나온 많은 채소들로 정성이 듬뿍 담긴 슬로푸드를 대접합니다.

반다나 시바 이야기

인도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세계적인 유전자조작농산물(GMO) 반대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인류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다국적 기업에 의한 종자의 독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도는 자기 나라의 토종 종자 보존과 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외국의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종자상인들이 개발한 씨앗을 수입ㆍ판매해 인도 종묘상에 가면 토종 종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반다나 시바는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종자보존운동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긴급하다.”고 이야기하며, 토종종자를 발굴하고 재배해 이 씨앗을 인도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일을 펼치고 있습니다.

‘농작물 로열티’를 아시나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농작물 로열티’와 관련한 사용료 지급액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을 앞두고 수입ㆍ개방 확대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농촌에 또 하나 걸림돌입니다. 농작물 로열티는 신품종을 만든 사람에게 해당 품종의 증식과 생산, 양도, 수입, 수출 등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종자산업법’을 제정해 1998년부터 품종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2002년에 이 동맹에 가입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작물과 관련해 로열티를 지급하는 작물은 장미, 국화, 난류, 카네이션 등 화훼류와, 버섯, 딸기, 참다래 등입니다. 그리고 이들 농작물의 해외 로열티 지불액은 2003년 27억 원에서 2004년 50억 원, 그리고 2005년에는 110억 원에 이릅니다. 종자강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종자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농작물에 대한 로열티 지급액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농사일의 근본이 되는 씨앗은 다시 태어나는 생명 현상의 핵심이며, 이 생명의 재생 없이는 어느 사회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공동체의 근본이자, 지구촌의 풍요롭고 다양한 먹을거리 문화를 뒷받침해온 재래 종자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작물 종자의 30퍼센트는 10여개의 다국적 기업에서 독점하고 있어 재래종을 취급하던 각 지역의 종자회사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수확 면에서 유통에 적합한 1세대 교배종을 개발하고, 다시 유전자조작으로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농약과 함께 판매함으로써 전 세계 종자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씨앗을 지키는 일, 생태계를 지켜는 일

종자가 같아지면 지역의 전통적인 먹을거리 문화와 이를 있게 해준 토종 씨앗과 문화들이 사라집니다. 종자가 같아지면 다양한 생물들로 유지되던 생명공동체인 지역이 교란되고 약해지고 붕괴됩니다. 씨앗을 지키는 일은 씨앗 한 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고, 씨앗 한 알 속에는 날씨와 땅 그리고 미생물과 맺는 ‘관계’가 담겨져 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기르고, 다시 씨를 거두며 살아온 지난 세대 우리 농민들의 지혜와 삶이 담겨있습니다. 씨앗을 지키는 일, 우리 생태계와 문화의 시간을 지키는 일입니다.

맹주형/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교육부장, 천주교 농부학교 사무국장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