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 프랜차이즈
-너희들의 성당에서


예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시어 그곳에서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셨다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도 둘러엎으셨다 또한 아무도 성전을 가로질러 물건을 나르지 못하게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마르 11,15-18; 마태 21,12-17;  루카 19,45-48 참조)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사제들과 학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 그분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군중이 모두 그분의 가르침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그분을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로 들리느냐
내가 그랬다
자색 촛불 네 자루 켜 두고 기다리던 너희들 눈앞에서
내가 그랬다
마구간에 인형처럼 누워있기만을 바라던
너희들의 비겁한 간절함을 외면하고
내가 그랬다

너희는 그럴 것이다
그때의 강도의 소굴과 이곳의 1898 광장은 다르다고
그것은 너희의 말이다
공허한 너희의 말이다

너희는 평화를 버렸다
평화라 부르던 화랑을 기껏 1898 갤러리로 바꾸었다
그래서 행복하냐
통일호보다 더 빠르고 좋은 것이 새마을호 기차인 것과
너희의 정신연령은 같다
그들이 통일을 버리고 새마을을 앞세워 행복해했듯이
너희는 그렇게 평화를 버리고도 행복해했다
럭셔리하다고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라고 기도하지 마라
너희는 기껏 1898 프랜차이즈와 함께할 뿐이다

▲ 성전을 정화하시다.알렉산드르 이바노프.(1824)

성탄이다
그래, 내가 태어난 날이라고 너희가 이름 붙인 날이다
그래서 내가 어디 있을 것 같으냐
향 피우고 종소리 울리는 고색창연한 성당으로 갈 것 같으냐
아니란 걸 알면서 너희는 왜 1898을 벗어나지 못하느냐

곳곳에서 들려오는
분열의 고통소리
갈등의 울음소리
외로움의 한숨소리
배고픔의 비탄소리가 있는 곳에 내가 있는 것을 알면서
너희는 왜 1898을 벗어나지 못하느냐

성탄이다
그래, 다시 한번 성탄이다
내가 지금.여기. 너희 안에 있다


1898년은 명동성당 축성된 해이며 ‘재개발’한 명동성당 지하 광장의 이름이다.
**마르11.15-18 성전정화사건은 네 복음서에 모두 나온다. 다시 말하자면 그 사건은 한 공동체의 일방적 전언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었다는 말이다.

 

 
 

김유철
(스테파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한국작가회의 시인, 경남민예총 부회장. 저서 “그대였나요”, “그림자숨소리”,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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