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법, 제도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12월 22일 오전 옛 기륭전자 본사가 있던 서울 동작구 신대방1가길 농성장 앞에서 시작된 오체투지 행진에는 30여 명이 참여했으며, 이들 중 흰옷을 입은 12명은 눈 쌓인 땅바닥에 몸 전체가 닿도록 엎드리며 행진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 분회장과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김소연 전 분회장도 흰옷을 입고 오체투지 행렬 가장 앞에 섰다.

▲ 기륭전자 노동자를 비롯한 행진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법, 제도를 폐지하라며 서울 동작구 시흥대로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강한 기자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는 12월 22일 오체투지 행진 출발에 앞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한국 사회의 빈곤과 차별의 뿌리는 생산 노동의 신성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일회용 소모품으로 만들어 버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로 10여 년을 단식농성, 고공농성, 연행, 벌금, 구속, 죽는 것 빼고 다 해본 당사자로서 우리 사회를 사람 사는 공동체로 되돌리기 위한 새로운 행진을 선택했다”며, 비정규직 법과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오체투지’는 불교에서 절하는 법의 하나로 땅에 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기륭전자 노동자 투쟁은 2005년 7월 비정규직 조합원의 해고로 시작돼 사측과 금속노조가 합의를 이룬 2010년 11월 1일까지 1895일 동안 이어졌고,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기륭전자 사측과 노조는 “회사와 조합은 사회적 통합과 노사 상생을 위해 갈등을 종식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 노력한다”, “회사는 (금속노동)조합의 산하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을 고용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기륭전자 노동자들에 따르면 2013년 5월 1일 복직한 노동자들은 어떤 업무도 받지 못하고 임금은 체불됐으며, 이어 12월 30일 사측은 비밀리에 본사를 옮기고 기륭전자를 상장 폐지했다. 노동자들은 ‘사회적 합의’를 어긴 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며, 지난 9월 최동열 기륭전자 회장을 사기죄로 고발하기 위한 고발인단을 모으기도 했다.

기륭전자 노동자를 비롯한 오체투지 참가자들은 12월 23일 국회를 거쳐 26일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을 계속할 예정이다. 예수성탄대축일인 25일 오후 5시께부터는 경복궁역에서 개신교 영등포산업선교회와 함께 기도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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