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orum 에 참석한 Dalit 복장을 한 인도인들과 아마존 인디언


지난 1월 24일 저녁부터 27일 오전까지 브라질 아마존 강 하구의 인구 약 160만 도시 벨렝에서 세계사회포럼에 앞서 사전포럼(pre-forum )이 있었다. 이 포럼은 로마 총원의 사회 사도직 위원회와 예수회 남아메리카 지역구와 예수회 아마존 지부가 주최하여 열렸는데 주제는 ‘신앙과 생명들의 옹호’ 였다. 28개국 231명이 참석 했는데 예수회원들이 50여명, 나머지는 예수회원들과 직간접적으로 일을 같이 하는 평신도들, 또 소수의 이웃종교의 사람들이었다.

첫날 저녁모임은 예수회 아마존 지역 지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그 지역의 대교구장인 주교님이 오셔서 '벨렝'이라는 도시가 예수회원들에 의해서 오래전에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로마총원의 사회 사도직 위원회 위원장인 페르난도 프랭크 신부님, 예수회 남아메리카 지역구에서 온 신부님, 남아메리카 사회 사도직 코디네이터(coordinator) 신부님, 사전포럼(pre-forum) 준비위원들도 소개 되었다. 이것 후에 대륙별로 참석자들이 짧게 각자 자기이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초청된 벨렝의 젊은이들 몇 명이 밴드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였고 노래도 이어 졌다. 춤과 노래가 계속되면서 참석자들도 점점 춤을 통해 참여를 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흥겨운 브라질 특유의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게 되었는데 그 여흥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나로서는 예수회 입회 후에 사회 사도직에서 일하는 세계 각국에서 온 예수회원들을 만난 것도 그날 저녁이 처음이었고, 그리고 각국에서 온 사회 사도직에서 일하는 평신도들을 만난 것도 그날 저녁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처음 만남이 어색함보다는 왠지 익숙함과 편안함을 가져다주었고 첫날부터 내 마음속에서는 생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은 아마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4개 그룹과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각각 1개 그룹, 총 6개 그룹의 발표가 있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그룹은 아마존 지역을 순회하면서 아마존 원주민들을 위한 사도직을 하고 있는 '에퀴페'라는 그룹과 노틀담수녀회 그룹 그리고 인도에서 온 그룹이었다.

에퀴페 순회그룹의 스페인 예수회원의 활동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그 분을 보았을 때 도시빈민들과 그리고 농민들 속에서 함께 살았던 정일우 신부님이 생각났다.

아마존 농민, 아마존 강 을 지키다 살해된 도로시 스탱 수녀

아마존지역인 파라 주(州)의 아나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틀담수녀회의 수녀님들의 발표시간에는 숙연한 그러나 좀 놀라는 분위기들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 수녀회의 미국인 도로시 스탱 수녀님이 2005년 2월에 청부살인업자들에 의해 살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몇 년 전에 그 수녀님의 살해 소식을 한국에서 들어서 알았지만 현지에서 그 소식을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수녀님은 아마존 지역의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서 또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서 벌목업자들과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도로시 수녀님은 살해 되었지만 6명이나 되는 그 수녀회 수녀님들은 위축되지 않고 그 지역에서 계속 사도직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감동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에서는 29명이라는 최대의 인원이 참석했는데, 그 중에서 어떤 수녀님이 가난한 지역의 여성들의 인권이 파괴 되었을 때 그 여성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저항하는데 기여한 체험을 나누었다. 특히 그 저항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기쁨이 있었다는 이야기, 가난이 경계를 없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저항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떤 측면과 닮았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에 6개 그룹의 발표가 있었고, 그밖에도 3명의 유명한 연사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한분은 '프레이 베토'라는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사님인데, 과거 브라질의 군사독재 정권 때 4년 동안의 옥살이를 했고 지금은 룰라 정부의 ‘가난’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의 영적 자문역할하고 있는 정치적 활동가이고 많은 책을 썼던 작가이고 또 신학자이었기 때문에 브라질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이 분은 ‘내면의 생태학 inner ecology' 에 관해서 "네 마음을 포옹하라; 네 유머감각이 분노와 교만에 의해서 중독되어 있지나 않은지, 네 제스처가 공격적인지 독이 차 있는지 너 자신에게 물어 보라. 정의를 희생함이 없이 관대함과 용서를 네가 추구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우리자신을 사회적 저항 속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이런 실질적인 자기인식이 필수적이다."라고 말씀 하셨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원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스페인 예수회원 신부님이 Pre-forum에서 발표하고 있다.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에 있었던 또 다른 일은, 11개 그룹으로 나누어서 준비위원회가 준비한 6개의 주제에 대해서 또는 그날 있었던 발표나 연사들이 한 내용에 대해서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서로를 알게 되고, 또 다른 대륙, 문화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 사건들 에 대해서 폭넓게 교류하고 연대,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것도 좋은 결실이었다.

또 다른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도의 달리트(Dalits)와 다른 부족들 그리고 아마존 원주민들 간의 만남이었는데, 그들이 비슷하게 고통을 겪고 있고 그 고통의 원인도 비슷하다는 사실에 서로 간에 굉장히 위안을 받는 모습이었다.  (계속)

김성환/예수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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