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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첫 부제, 바타르 엥흐

“‘최초’ 또는 ‘처음’이라는 것에 대해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몫이다. 교회 일은 하느님이 이뤄 주시는 것이다.”

   
▲ 엥흐 부제 ⓒ배선영 기자

지난 12월 11일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 성당에서 부제서품식이 열렸다. 이날 몽골의 첫 부제가 된 바타르 엥흐 부제(27). 그의 서품식을 보기 위해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어머니, 누나들과 함께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인천공항에서 가족을 배웅하는 엥흐 부제를 만났다.

그의 어머니 어드 투멘치멕 씨에게 아들의 부제서품식을 본 소감을 묻자 “행복한 시간이었고, 아들이 하느님께 봉헌된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아들이 이 길을 잘 갈 수 있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산 지 벌써 10년. 이제는 적응돼서 익숙하지만, 가족을 몽골로 보내야 할 시간이 오자 아쉽다.

그가 처음으로 집을 나와 성당에서 살기 시작한 것이 2004년이다.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의 성소 결심을 듣고 3달 동안 우셨다. 어머니와 본당 신부의 제안으로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성당에 살면서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 후 어머니 또한 신자가 되었고, 2007년에 세례를 받았다.

엥흐 부제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있었다. 결국 2009년에 대전 가톨릭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 몽골인으로 첫 부제가 된다는 것이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을까하는 염려는 기우였다. 그는 담담하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는 하느님과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열망으로 성소를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느낀 기쁨과 진리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

그가 성소를 결심한 이유가 또 있다.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낀 그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다면 그 희생으로 자신의 가족과 다른 이들에게 열매가 맺어지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8살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고 느꼈고, 어린 나이에 “인생에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도 있고, 크고 작은 이별 등 삶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아들의 부제서품식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어머니와 엥흐부제 (사진제공=바타르 엥흐 부제)

인터뷰 내내 작은 동요도 없이 차분하고 한결같았던 엥흐 부제는 ‘신학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주 약간이지만 들뜨는 모습을 보기이도 했다. 그의 신학교 졸업논문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인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을 믿고 있는 게 현실이고 과학과 신앙을 별개의 것, 혹은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대인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데 있어 과학적 해석 접근 방법도 고려돼야 한다”며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신학교에서 관련 동아리도 만들었다.

엥흐 부제는 예정대로라면  2015년에 신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에 몽골로 돌아가  그해 중순에 사제품을 받는다.

아직 몽골교회에는 할 일이 많다. 전례를 토착화하고, 가톨릭 성경을 몽골어로 번역하는 일도 필요하다. 몽골 교회는 지금은 개신교 번역본을 쓰고 있다. 출판사, 방송, 라디오 등 가톨릭 매체도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며, 그 중심은 바로 하느님”이라고 엥흐 부제는 말한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그에게서 “하느님이 나와 항상 함께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몽골에는 울란바토르지목구가 있다. 전체 인구는 약 290만 명(2013년 기준)이며 가톨릭 신자는 1000여 명이다. 한국, 프랑스, 일본, 폴란드 등 20여 나라에서 온 선교사 70여 명이 활동 중이며 이 중 한국인은 23명이다. 몽골인 사제는 아직 없다.

현재 몽골에는 본당 6개, 공소 5개가 있다. 4개 본당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2개 본당은 다르항과 우르항가이에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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