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범주에서 제외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지난 3월 3일 저녁 합정동 예수살이공동체에서 ‘영화로 시대읽기' 첫번째 강좌가 열렸다. 에이즈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 ‘필라델피아’를 함께 보고 이를 매개로 우리 시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불치병 환자에 비해 유독 사회 구조적 냉대와 차별을 받아온 에이즈 감염인 문제를 통해 과연 이 시대를 성찰하는 것이 가능할까? 강의를 통해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이 사회의 적대는 하나의 은유이자, 상징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신자유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국가는 ‘내부의 적’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내부의 적’ 목록에 재수없게도 에이즈 감염인들이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언젠가 이 재수없는 상황의 당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강사로 나선 엄기호씨는 우리 시대를 성찰하는 열편의 영화를 선정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우리 시대에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하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차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이 아니라 어떻게 그들 스스로 인간 정체성을 지키면서 서로 서로 관계맺고 살아갈 수 있는가하는 문제와 관련이 깊어 보였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고 교회는 말한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사람으로 간주되지 않는 이들은 늘 있어왔다. 신 중심의 시대였던 중세 시대의 여성, 아이에 대한 사회의 차별이 그랬고, 오늘날에는 여기에 더해 에이즈 환자,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등 차별의 대상은 더 세분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에이즈, 동성애, 이주노동 등의 문제를 다룬 영화를 매개로 진행되는 강좌지만 사실 영화 이야기는 나눔의 도입부에서만 다룰 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에이즈, 동성애,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적대는 체제 유지를 위해 국가가 만들어 낸 은유, 상징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를 보지 않아도 함께 이야기 듣고 나누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강좌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그날 강좌에 해당하는 영화를 미리 보고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까지 예수살이공동체 합정동 사무실로 찾아가면 된다.

1강 동영상 보러 가기

 

<선정 영화 목록과 강의 일정>

3월 3일  필라델피아 / 3월 10일 안토니오 이야기 / 3월 17일 뻔뻔한 닉과 제인 / 3월 24일 월 E / 3월 31일 디어 평양 / 4월 7일 노맨스랜드 / 4월 14일 호텔르완다 / 4월 21일 페르세폴리스/ 4월 28일 증오 / 5월 12일 반딧불의 묘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