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쌍용차, 코오롱 등 고통의 현장 순례

영하 13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에 2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밀양, 청도 주민들과 함께 송년회를 하기 위해서다.

밀양과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활동가, 기록노동자 등 45명은 쌍용차, 스타케미칼 굴뚝 농성장 등 전국에 있는 고통의 현장을 순례하는 72시간 송년회를 진행하고 있다.

▲ 16일 저녁 영하 13도의 추위에도 밀양, 청도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송년회에 모였다. ⓒ배선영 기자

이들은 15일부터 순례를 시작해 16일 저녁 7시 30분쯤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맞았다.

밀양에서 온 구미연 씨는 지난 이틀 간의 순례를 돌아보며 “길 위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고 송년행사에서 발언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장 반대 싸움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났을 때는 “연대가 너무 뜨거워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10년 동안 밀양을 지키면서 억울하고 울화도 치밀었는데, 그래서 전국에 있는 억울한 분들, 힘든 현장을 찾아 얼싸안아 주고 함께 손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2박 3일 순례를 떠나게 됐다”고 했다.

행사는 이들이 방문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인사를 담은 동영상을 감상하고, 송년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추첨으로 선물을 나누기도 했다. 손과 볼이 얼얼할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이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풍물패와 함께 춤을 췄다.

행사를 진행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다들 힘들어하는 시기에 전국의 아파하는 곳을 방문하는 밀양, 청도 어르신들이 대단하다”며 “이 72시간의 송년회를 시작으로 함께 살자는 마음이 다시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순례 첫 방문지로 200일 넘게 해고노동자 차광호 씨가 굴뚝 농성 중인 구미의 스타케미칼을 찾았다. 폐쇄된 스타케미칼 공장 앞에는 해고노동자 11명이 천막 농성 중이었다. 풋고추, 김장김치, 쌀, 목도리 등을 전달했다. 그리고는 강원도 홍천으로 가 길게는 11년, 짧게는 7년 동안 골프장 건설에 맞서고 있는 주민들을 만났다.

둘째 날인 16일에는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과천 코오롱 본사 앞 농성장과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김정욱,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찾았다. 다른 한 팀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찾았고, 그 뒤 순례단은 세월호 안산 분향소에서 다시 모여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다.

순례 마지막 날에 이들은 나주 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 한국전력공사를 방문한다. 이날은 한전 신사옥의 개청식이 있다. 이들은 한국전력공사 사장에게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계삼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에 따르면 12월 말에 신고리 원전 1, 2호기가 시험 송전을 앞두고 있으며, 청도 삼평리 또한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이 사무국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여전히 200여 세대 이상이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으며 아파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투쟁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송전선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전원개발촉진법 등 에너지 악법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송년회를 참석한 밀양, 청도 할머니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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