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헌 주교, “하루빨리 5.24 조치 해제해야”

▲ 12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민족화해센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센터 개관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강한 기자

북한선교, 통일사목, 민족화해 등 그동안 남북관계에 관해 천주교가 제시해온 논의를 아우를 수 있는 ‘통일 사도직’을 논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경기도 파주시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센터 개관 기념 심포지엄에서, 변진흥 민족화해센터 기획위원(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천주교 ‘통일사도직’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12월 12일 오후 천주교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 주최해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변진흥 위원, 분단이 현실인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 필요

변 위원은 “원론적으로 통일사도직이란 통일문제를 사도직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통일사도직에 있어 교계적 사도직 직분과의 연결은 ‘통일사목’으로, 평신도 사도직 차원의 접근은 ‘평신도 통일사도직’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통일사목이 교계적 접근을 뜻하는 ‘위로부터 아래로(top down)’ 방식을 의미한다면, 평신도 통일사도직은 ‘아래로부터 위로(bottom up)’ 방식의 접근을 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 위원은 통일보다는 분단이 ‘현실’인 상황에서 “통일사도직에 대한 구체적 접근은 분단 현실에 대한 실증적 이해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하고, “분단 환경 속에서 남한과 북한이 각자 나름대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런 변화를 객관적으로 관찰, 이해, 분석,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진흥 위원은 ‘통일 이전’과 ‘통일 과정’, ‘통일 이후’로 나눠 통일사목과 평신도 통일사도직의 실천 과제들을 제시했다. 특히 통일사목 분야에서는 “북한에 사제가 상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조의 모색”과 “대북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낡은 장충성당의 재건축 등 평양의 가톨릭 신자 공동체에 대한 사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평신도 통일사도직 분야에서도 평신도사도직 단체협의회 차원에서 북한 조선카톨릭교협회와 자율적으로 접촉하고 장충성당 공동체와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은형 신부, 통일사목을 위한 교회 ‘어른들’의 방향 제시 있어야

변진흥 위원의 발표에 대한 토론에 나선 이은형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는 ‘북한 교회’와 단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조선카톨릭교협회’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장충성당에서의 성사 집행권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신부는 “더 중요한 것은 교회의 사목 방향을 제대로 세워나가기 위해서 교회 내의 최고 결정권자인 ‘어른들’이 제대로 된 방향을 정리해줘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은형 신부는 “한반도 복음화를 위한 통일사도직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회 내의 명확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의미에서 지난 1995년 광복과 분단 50주년을 맞이하여 시도되었던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차원의 사목교서가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한 것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이제라도 교회 내의 명확한 지침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기헌 주교(왼쪽),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강한 기자

이기헌 주교, “정부, 5.24 조치를 해제하고 인도적 대북 지원 늘려야 한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는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공감적 대화’와 ‘관대한 지원’ 그리고 ‘화해와 용서’라는 세 가지 길을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이기헌 주교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을 볼 때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공감적 대화’ 능력을 주신 것은 분명하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5.24 조치를 해제하고 ‘공감적 대화’ 능력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일방적 대화가 아닌 공감적 대화를 통해 그동안 중단했던 금강산 관광사업, 남북 왕래와 접촉 등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참여정부가 6806억원 상당의 대북지원을 했던 반면, 이명박 정권은 176억,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3년 8월 단 한 차례 1억 1300만원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기헌 주교는 동, 서독 분단시 양자는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가운데 교역 외에 25년 동안 해마다 20억 1400만 달러가 동독으로 전해졌고, 이 중 71퍼센트가 서독 민간인이나 교회가 동독 친지나 동독 측 교회에 보낸 물품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우리 사회와 교회도 대북지원에 있어서 보다 관대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박문수 신부(예수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에 대한 가르침',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가 ‘세계 평화운동의 동향과 한반도의 평화 실현 과제’,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가 ‘평화는 정의의 열매―정의, 평화 실현을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 상지종 신부(왼쪽), 변진흥 위원.ⓒ강한 기자

이대훈 교수, "권력 변화의 목표와 과정, 철학을 담을 수 있는 평화교육 필요"
상지종 신부, "주교회의, 사회 현안에 대한 일치된 입장 공식적 개진해야" 

이대훈 교수는 “한국 사회는 ‘모든 것은 위아래’라고 배치하는 권력작용이 극단적으로 강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주의와 권력을 문제시하는 한국 사회의 평화교육에서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론이 아니라 권력변화의 목표와 과정 및 철학을 담아낼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폭력 친화적인 문화적 특성에 대한 대중적 자각이 서서히 일어나는 시기에 이러한 평화교육은 실효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또 상지종 신부는 “최근 애국주의를 표방하는 이른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의 회원들이 몇몇 주교들의 발언에 힘입어 정의, 평화 활동에 적극적인 주교, 사제, 수도자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며 극단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사태를 볼 때 주교단의 일치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 신부는 “주교회의는 정의, 평화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정의평화위원회를 불온시하는 교회 안팎의 일부 시선에 대해 주목해야 하며, 이 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가난한 교회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사회 현안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공식적으로 개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