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기억하는 광화문 미사' 봉헌

“하느님, 생명과 죽음의 싸움에서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싸움에서 그들을 다시 살려 주소서. 우리의 기도가 아무 준비 없이 죽어간 이들과 가족들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에게 닿기를, 그들의 영혼을 당신 품에 받아 주시어 영원한 영원한 행복의 나라에서 안식을 누리게 되기를 빕니다“

▲ 광화문 광장 첫 미사는 도미니코 수도회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수도회와 교구 사제 20여 명이 공동집전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수도자와 신자가 참석해 희생자와 실종자의 안식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정현진 기자

12월 10일 오후 7시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기억하는 미사’가 봉헌되는 광화문광장에 세월호참사 희생자와 가족을 위한 기도 소리가 울렸다.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남장협)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미사는 지난 12월 2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봉헌된 미사를 시작으로 10일부터 매주 수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이어진다,

이날 첫 광화문 미사에는 단원고 2학년 1반 희생자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김주아의 안식을 청하는 기도로 시작됐다.

미사에 참석한 단원고 2학년 7반 고 김민수 군의 아버지 김기웅 씨는 5개월 째 광화문 광장을 지키고 있지만, 최근 시민들의 방문과 참여가 적어지는 것 같아, 더욱 춥고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김기웅 씨는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천막을 짓고 광화문 농성장을 지켜주는 것에 감사한다면서, 매주 한 번 이라도 미사가 봉헌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또 “광화문 광장이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제대로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가족들의 손을 놓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미사는 도미니코수도회 담당으로 진행됐으며, 여러 수도회와 교구 사제들의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강론을 맡은 배수판 신부(도미니코회)는 ‘행복한 세상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른들의 욕심으로 만든 이 세상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행복이 미뤄진 세상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도 우리가 원해서 만든 세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 신부는 “우리는 있는 그대로 행복할 수 있는 아이들 앞에서 희망을 향해 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면서, “행복이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공동선을 나눌 수 있기에 행복한 것이다. 힘있는 이들이 보지 못하는 우리만의 행복과 공동선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꿈을 꾸자”고 말했다.

남장협 정의평화 환경전문위원장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는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우리의 기도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에 군불을 지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생명과 희망의 대림 시기를 지내면서, 우리가 가족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잊지 말고 기도해 달라”며 매주 수요일 미사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또 미사를 집전한 조성하 신부(도미니코회)는 기억이 중요한 것은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희망을 위한 기억은 항구함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 유가족과 희생자가 꿈꾸고 바라는 세상을 위해 더 많은 기도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기억하는 미사’는 12월 17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마리아회 주관으로 이어진다. 11일부터 17일까지 각 수도회 공동체에서는 단원고 2학년 1반 희생자인 김현정, 문지성, 박성빈, 우소영, 유미지, 이수연 학생의 영혼을 위한 매일 미사가 봉헌된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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