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 제안, 내년 4월 16일 제정 목표

“‘안전’은 모든 생명의 보편적 권리다”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66번째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12월 10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추진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향으로 4.16 인권선언 운동을 전 사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추진대회에서는 “‘안전’은 모든 이들을 위한 보편적 권리”임을 천명하고, 세월호와 씨랜드 참사 유가족, 삼성반도체 피해노동자들의 인권선언 제안에 이어 문화예술, 보건, 노동계가 안전사회를 위한 행동과 실천을 결의했다.

▲ "세월호참사는 총체적인 인권침해 사건이기도 합니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추진 대회가 12월 10일 오전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씨와 삼성반도체 피해노동자 한혜경 씨, 씨랜드참사 유가족 고석 씨 등이 참석해 4.16 인권선언을 제안했다. ⓒ정현진 기자

세월호 비롯한 대형 참사 유가족 한 목소리, "안전과 알 권리 보장하라"

“전 건강을 잃고 힘들게 살아요. 존엄하다는 것을 모르겠어요. 안전하게 일했으면 지금 정말 행복하게 살았을거에요. 기업과 정부가 제대로 우리의 안전과 존엄을 지켜 주고 있지 못해요. 우리 스스로가 건강을 챙겨야 해요. 이번 존엄과 안전 인권선언이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한혜경, 삼성반도체 피해노동자)

이 자리에 제안자로 참석한 한혜경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기흥공장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을 거듭한 끝에 언어, 보행, 시력 장애 1급인 상태로 투병 중이다. 그는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에 무관심한 현실을 스스로 드러내면서, 세월호참사와 노동자들의 산재는 국민의 안전보다 재물과 권력의 안전을 꾀하는 적폐로 인한 같은 결과임을 증언했다.

이어 세월호참사 희생자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인 박은희 씨는 인권선언 추진을 제안하며, “함께 살아남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죽게 될 것이며, 이제는 생명에 대한 가치와 보호를 위해 인권과 안전을 외쳐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은희 씨는 이 자리에서 세월호참사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토로하면서, “위로받고 도움 받아야 할 사람들은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로 감시당했으며, 우리의 인권은 정부에 의해 철저히 파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들은 이윤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논리와 무한탐욕에 밀려 안전을 빼앗겼으며, 그들의 안전을 위한 비용은 기업, 그들과 결탁한 정치인, 이를 눈감아 주는 정부에게로 흘러갔다면서, “이러한 은밀한 뒷거래로 304명의 인권은 아무렇지도 않게 폐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씨랜드 화재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태안해병대캠프 참사 등 대형 참사 유가족들이 참가한 '재난안전가족협의회'도 인권선언을 지지하며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의 생명이 아닌 재산에 대한 복구에만 힘쓰고 있으며, 참사 유가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국민으로서 유가족들의 알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재난과 참사가 일어난 상황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했다. 재난에 대한 대응 원칙을 구조와 복구가 아닌 예방과 근절에 우선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책임자들의 처벌 규정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진실규명의 단초는 정보”이며, 안전에 관련된 정보는 성역 없이 공개돼야 하며, 재난, 참사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 이원호 팀장은 4.16 인권선언 추진과 함께 할 행동으로 "팽목항을 잊지 말고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이원호 팀장은 특히 세월호 인양 문제를 들면서, 정부가 비용 문제 등을 들며 인양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국민들이 나서서 인양을 촉구할 수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현진 기자

4.16 인권선언, 안전을 위한 국민 의지 실현의 출발점
정치적 협상물이 아닌 약속과 선언을 통한 대중 운동이어야

인권선언 제안에 이어, 4.16 인권선언의 목적과 내용을 발표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 박진 공동위원장은 4.16 인권선언은 한국 사회가 세월호참사 이전과 달라지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면서, 정치적 협상 결과물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의지를 실현하는 출발점이자 특별법과 더불어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16 인권선언은 선언문뿐만이 아니라 약속하고 선언하는 전 과정이 안전 실현의 과정이라면서, “선언이 운동을 대체할 수 없으며, 선언을 위한 과정이 운동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사회 차원을 넘어 참사와 재난을 막기 위한 약속과 기억을 전 세계인들과 나눌 것이라면서, “‘정의에 관한 시카고 원칙’처럼 참사와 재난에 관한 종합적 인권 선언이며, 재발을 방지하는 사회적 가이드 라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세운 안전은 ‘재산’과 ‘영토’의 안전이었다. 이것은 오히려 인권을 제한하거나 이윤을 더욱 추구하도록 하는 이데올로기였다. 인권선언 운동은 안전을 둘러 싼 세계관의 경합이기도 하다. 우리는 존엄과 생명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4.16 인권선언 제안문 중)

이러한 목적에 따라 앞으로 만들어질 4.16 인권선언에는 안전할 권리와 구조, 회복의 권리가 바로 인권이며, 안전은 모두의 권리이자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라는 천명이 담길 예정이다. 또 국가와 기업은 국민이 안전할 권리에 대한 의무를 갖고 있다는 것과 참사 이후 벌어지는 참사와 관련된 모든 일은 곧 참사의 진행형이며, 이에 대한 의무 또한 정부에 있음을 확인한다. 또 무엇보다 ‘진실을 요구할 권리 또한 인권’임을 역설하고 이를 위해 정보를 요구하고 조사와 수사, 기소를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원칙 등을 담을 계획이다.

‘4.16 인권선언’ 제정은 2016년 4월 16일로 예정됐다. 12월 10일 추진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 초반까지는 인권실태 조사와 당사자 간담회, 권리 목록 제안, 문헌 연구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인권선언 전국 강연회 등이 진행된다. 2015년 3월에는 인권선언 제정을 위한 시민위원 304명을 모집해 초안을 작성하는 한편, 전체 토론과 포럼 등이 이어진다.

2015년 5월부터 약 5개월 간, 인권선언 제정 동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권역별, 부문별, 쟁점별 토론회가 진행되며, 하반기에는 인권선언 관련 주요 의무 주체 기관들이 인권선언을 채택하도록 촉구하는 행동에 나선다. 제정 직전인 2016년 3월까지는 인권선언 동참 행동 계획을 발표하고 각 기관별 행동선언이 추진된다.

“내가 일하는 일터에는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가?”
“내가 쓰고 있는 제품에는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가?”
“우리 집 근처 공장에서는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가?”

한편 이날 인권선언 제안 후에는 참사와 재난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행동이 소개됐다. 이들은 ‘안전’이라는 화두는 특별한 사고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과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노동 환경의 안전을 강조했다.

‘화학물질감시 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한국 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은 재난과 참사가 살고 있는 각 지역과 노동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위험 상황에 대해 알권리와 이를 거부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자 산재 사망에 대해서,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업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에 부주의해 죽음에 이르는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강력하게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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