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평화의 집, 독거 노인을 위한 나눔

“아파트라는 구조 속에 가난은 더 고립되고, 소외되고, 숨어있다.”

▲ 평화의 집에서는 저소득층 주민에게 매주 화요일 반찬을 나눠 준다. ⓒ배선영 기자
서울시 성동구 금호1가동, 대형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작은 건물 지하에 ‘평화의 집’이 있다.

화요일 오후, 평화의 집은 평소보다 바쁘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 등이 반찬을 가지러 평화의 집에 들르기 때문이다. 성동구 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다찬 모임’이 반찬을 만들면, 평화의 집은 그 반찬 중 일부를 받아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82.5제곱미터 아파트의 전셋값이 3억이 넘는 지역이지만, 대형 아파트 단지 안에 더욱 소외되고 고립된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금호1가동 평화의 집의 실무자 노인경 씨가 요즘 자주 만나고, 신경쓰는 이들이 임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이다.

나이가 많아 움직이기 힘든 노인을 보며, 노 씨는 “누군가 돕지 않으면 바깥바람을 전혀 쐬지 못하겠다”라는 생각에 노인과 함께 숲나들이를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휠체어를 타고 모처럼 나들이를 나온 노인에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짜장면을 대접하기도 했다.

성동구 보건소와 연대해 7월부터 12월까지 6회에 걸쳐 독거노인을 위한 영양 교육을 한다. 혼자 살다 보니 물과 간장만으로 식사를 하는 등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자, 직접 요리를 하며 필요한 영양소에 맞춰 식단 짜는 법을 알려 준 것이다.

성탄 전까지는 50개의 목도리를 떠서 전달할 예정이다. 노인경 씨는 “목도리조차 무거워서 못하는 분들이 있다. 목만 따뜻하게 감쌀 수 있는 목도리를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라며 들뜬 표정으로 목도리를 보여 줬다. 목도리 뜨기는 성동 주민회 건강사랑방과 연대해서 함께 한다.

▲ 노인경 씨가 목만 감싸도록 가볍게 만들었다며, 노인들에게 전달할 목도리를 보여 주고 있다. ⓒ배선영 기자

이날 오후 4시에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샛마루 공부방에 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 6명이 평화의 집에 왔다. 독거노인에게 과일을 포장해 배달하기 위해서다. 직접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한 입 크기로 썰고, 포장해 2명씩 짝 지어 총 8가구를 찾았다.

“누구세요?”
“평화의 집에서 왔어요.”

▲ 과일을 받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이름을 적어 달라고 했다. ⓒ배선영 기자

 금방 장난치고, 농담하다가도 할아버지를 보자 “오늘은 포도, 감, 오렌지를 가져왔어요”라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다리가 불편해 움직이기 힘든 변동진 씨(84)는 아이들을 집안으로 들이며 “추운데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고 미안하다”며 안쓰러워했다.

노인경 씨는 “누군가 제공하지 않으면 과일을 먹는 것이 힘든 어르신들을 위하고, 아이들이 나눔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으면 한다”고 과일 나눔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평화의 집은 선교본당 소속으로 지역사회의 문제와 주민의 욕구를 파악해 지원하고, 지역 주민공동체 운동을 함께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선교본당은 빈민사목을 목적으로 주로 가이주 단지와 공공임대주택들이 건설되는 과정에 설립됐다. 현재 서울에는 5개의 선교본당이 있으며, 모두 평화의 집과 함께한다. 성동구 금호1가동 선교본당과 평화의 집은 1999년도에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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