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톨릭 평신도, 명동성당 앞에서 시국미사 청하며 40일간 청원기도 시작

 

명동성당 앞마당 예수상 앞에서 한 가톨릭 신자가 정진석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측에 시국미사를 청하며 청원기도에 들어갔다. 매일 정오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명동에 울려퍼질 시각에 하루 40배씩 절하며 1인 청원기도를 하고 있는 루시아(39세)씨는 이날 다음 포털사이트 아고라에서 청원서명운동을 시작하였으며, 청원서를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 앞으로 발송한 상태다.    

인터넷에서 '퉁퉁풍선'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루시아씨는 "교회가 세상의 낮은 이들을 위해 기도"줄 것을 청하고 있다. 마침 사순절이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사순절 기간동안 40일 동안 청원기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청원문을 통하여 "우리가 원한 것은 우리가 첫고리를 잘못 걸었으나 이제 그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화합하기를 바라는 것뿐인데, 위정자들은 지신들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더욱 더 큰 죄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루시아씨는 "이 세상과 교회를 받치는 것은 평범한 서민들이며 가난한 민중들"이며, "그 밑바닥에서 커다란 고통을 감내하는 우리에게 예수는 직접 내려오셔서 우리와 같은 눈높이로 어루만져주셨기에 우리는 그 예수를 따라가고자 했다"고 고백하였다.  따라서 교회가 "낮은 곳으로 임해" "우리의 슬픔을 어루만져" 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청원문에서는 미디어언론법, 문화 예산, 복지 예산, 최저 임금, 일제고사, 비정규직, 교과서 왜곡, 용산참사 등의 문제들을 거론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가난한 이들, 낮은 이들 안에서 살아오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마음으로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고 시국미사를 봉헌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루시아씨는 "예수님의 부활을 바라며 40일 동안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우리 자신을 그분께 봉헌하고 보속하는 시기"이며, 통회하는 마음으로 청원한다고 밝혔다. 

루시아씨는 <지금여기>와 인터뷰를 통해 청원기도를 시작한 이유는 "그냥 지금 교회가 너무 현실감이 없는 껍데기교회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며, 예수는 행동하는 이였는데, "말로는 예수, 사랑, 정의를 되뇌이며 그냥 믿으라고만 한다"한다면서 "믿음과 기도의 힘은 위대하다고 가르쳤으니, 그럼 기도라도 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소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루시아씨는 "보이는 것에 눈감고, 들리는 것에 귀막고 혼자 떠드는 이들만 있는 것 같다"면서, "마주보며 대화하지 않으니, 결론을 내놔도 아무도 만족할 수도 동의할 수 없고, 모두가 불만스러워 터질 것 같은 빵빵한 풍선같다"고 말했다. 그는 청원기도를 하는 동안 명동성당측에서 내쫓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럼 정말 버려진 양이 되는 거겠죠? 그럼 이제 제 신앙도 길거리를 헤메야죠"하고 답변했다. 정진석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상관없다"고 하면서 "거지가 돈 안준다고 화내나요? 그냥 불쌍한 이에게 구걸하라는 심정이라, 구걸하는 이답게 응답을 주시면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루시아씨는 "지금 이 상황이 무섭고 두렵지는 않지만, 그냥 내가 왜 여기에 서 있지?"하는 생각이 들며, "머리속이 하얗다"고 말했는데 "힘든 중에도 제가 살아오게끔 했던 교회안에서 길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청원기도를 하면서 예수께서 응답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혹시 그분은 안 계신 것은 아닐까?" 하는 게 제일 두렵다고 말했다. 

아고라 청원 사이트 바로가기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68763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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