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최일배 씨, “사측 만났지만 의미 있는 내용 없었다”

2005년 2월 코오롱 구미공장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10년 가까이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정투위) 최일배 위원장은 과천 코오롱 본사 앞 농성천막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해 오늘로 34일째다.

‘코오롱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에서 선전 담당인 신순영 씨는 12월 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코오롱 정리해고 투쟁이 10년째이고 과천 본사 앞 천막 생활만도 2년 7개월 가깝게 이어졌는데, 코오롱은 이제까지 계속 외면하는 상황이었다”며 “이 투쟁이 10년을 넘겨서는 안 된다며 (최일배 위원장이) 단식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12월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에서 코오롱 해고노동자 김혜란 씨가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을 준비하는 사람들)

신 씨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코오롱과 이웅열 회장이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 코오롱 정투위에 남아 있는 해고노동자는 최일배 위원장을 비롯해 12명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노동자 측은 12월 4일 인터넷 홈페이지(kolonout.kr)에 올린 웹 소식지에서 지난 2일 최일배 위원장이 “8년 만에 코오롱 본사에 들어가 면담을 진행했다”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을 뿐이지만, 투쟁 10년 만에 그 높은 코오롱의 문턱을 넘었다”고 의미를 뒀다.

이에 관해 최일배 위원장은 12월 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12월 2일 코오롱 관계자와의 면담은)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면서 “다음에 언제 만나자는 얘기가 오갔으면 모르지만, 그런 것도 전혀 없는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집회를 하고 코오롱에 항의 서한이나 대화 요청서를 가져가면 경찰을 동원해 입구에서부터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에, 그것에 비하면 기대가 생긴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지지하는 뜻으로 12월 8일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종교인들이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 행사를 제안했다. 단식농성 중인 최 위원장과 코오롱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의미의 이 행사는 12월 13일 오후 3시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안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코오롱 해고노동자들의 이와 같은 절규 뒤에는 ‘경영상의 위기’라는 근거로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정리해고가 있다”며 “코오롱 노동자들이 길에서 보낸 10년은, 정리해고에 맞서 싸워 온 우리의 모습이며, 이 제도가 폐기되지 않는 한 누군가가 또 다시 겪어야 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 제안자에 종교계에서는 천주교인권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원불교인권위, 기독교 사회선교연대회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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