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 신부, 본당 중심에서 세상 중심으로 가는 교회 주장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본당 중심의 교회에서 세상 중심의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용 신부(광주 가톨릭대학교의 교수,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위원)는 <경향잡지> 2009년 3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우리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로서 제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회는 작아져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는 더욱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본당 중심에서 세상 중심의 교회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김 신부에 따르면, "본당 중심적 사고는 교회의 시선을 오로지 본당만을 향하게 하고, 교회 공동체 역시 세상 사람들과 동일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스스로 "고립된 성채"가 되고, "세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집단"처럼 되어버렸다면서 교회가 "함지속 등불"이 되어 "세상의 빛"이 되길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폐쇄적 교회는 흔히 "거대한 성전의 화려함"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는 분'이어서 온 세상과 세상의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당신의 거처를 찾으셨던 것을 잊어버린 것" 과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회가 머물러야 할 거처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길 위에 있다"고 하면서 "바로 그 길 위에서 하느님은 현존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회의 사명을 본당활동에 묶어두는 교회는 "교회 울타리 밖에서는 무력하거나 인색한 것으로 드러나기 일쑤"이며, "세상의 누룩이 되기보다는 자기 몸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김정용 신부는 이제 "본당공동체의 힘과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위해 쏟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세상 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연대하고, 세상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세상의 복음적 치유를 지향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본당의 존재 이유가 있다면  "복음적 영적 충전소" 역할이며, 신자들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 봉사하고 투신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예수께서 공동체를 형성한 까닭은 "교회의 조직 운영이나 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원하셨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교회는  "그리스도교적인 꼴을 갖춘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과 연대하고,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굽힘없이 선포하고, 공생과 생명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이들과 더불어 걸어가는 "가치의 공동체"라고 설파했다.

박오늘/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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