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인권]



뭘 상상해도 그 이상! 바로 이명박 정권 1년을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단어이다. 대부분의 상상을 뛰어넘으며 ‘아, 설마 이렇게까지야 하겠어’라고 생각하면 기어코 ‘이렇게까지’ 하는 작자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란 사람이다. 이명박 정권 1년을 돌아보며, 뭐 잘 한 거 없나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못 찾겠다, 꾀꼬리’이다. 굳이 찾아보라면, 수만 명의 국민에게 촛불을 들도록 해주어 하루에 수만개의 촛불이 판매되고, 집회장 주변 소상인들의 매출 증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며, 수만 명이 함께 청와대 걷기 행진을 매일 하도록 해주었으니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운동시간을 내주었다.

그뿐인가. 그저 쏟아져 나오는 물대포의 물을 맞으며 이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을 아껴서 써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고, 생판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나누어주는 수건과 핫팩, 주먹밥에 인간적인 온정과 애정을 느끼며 그래도 이 세상이 사람들이 있어 살만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또 지난 정권까지 여러 가지 눈가리개에 가려져 보이되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너무 대놓고 드러내주시어 공권력의 횡포와 신자유시대에서의 서민들의 벼랑 끝 삶이 확연히 드러난 ‘덕분에’ 국가권력이라는 것의 본질, ‘좋다고’만 떠들던 신자유주의의 참혹한 결과물(아직 결과가 다 드러났다기에는 이르지만)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칼을 뽑아들면 기어코 무라도 베고 마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무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베고 있다. (0.001%의 과장이 섞인게 아니고) 정말 10년 같았던 1년을 보내고 나니 숨이 차오른다. 이제 이 40년 같을 4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호되게 당하고 나니 정신이 차려진다, 가 딱 맞는 말이다. 1년 동안 뒤통수 호되게 맞으며 당했으니, 이제 정신을 바짝 차리고 4년을 맞서야 한다. 자신은 민주적인 절차인 ‘국민 투표’를 통해 당선이 되었으니 ‘독재정권’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이명박 정권이 왜 독재정권인지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깨달아왔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만 모르고, 우리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 손으로 이 정권을 만들어놨으니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서라도 남은 4년 제대로 버텨야 하는 건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1년, 인권과 민주주의가 ‘후퇴’의 수준이 아니라 이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염병의 찬반 논란을 떠나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것에 최소한의 책임도 없다고 하는 검찰, 경찰의 수사를 그대로 ‘검찰’이라는 이름만 바꾼 수사 결과는 결국 법은 있는 자의 편이라는 걸 알게 해줬다.

‘사법살인’이었다는 인혁당 사건을 한 번 떠올려보자. 최종 사형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일단 뒤로하고, 그들을 기소하고 고문을 눈 감은 검찰을 생각해보자 이 말이다. 인혁당 사건이 ‘사법살인’인 이유는 비단 땅땅땅 하고 판결을 내린 판사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인혁당 생존자와 희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검사들은 자신들이 고문 받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경찰의 편에서 그것들을 눈감아 주었다. 또 완벽한 짜맞추기식 수사로 올린 수사 자료들은 검찰은 그대로 받아 안았다. 결국 8명의 생명을 형장의 이슬로 보냈다. 오늘날, 6명의 사람을 죽여놓고 경찰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는 비록 재판장까지 가진 않았지만, 엄연히 법의 이름 앞에 두 번 죽임 당한 ‘사법살인’이다. 법의 장악도 모자라 언론 장악을 시도하는 이명박 정권, ‘땡전 늬우스’의 채널을 다시 21세기로 돌릴 작정인 이명박 정권, 과연 무엇을 해도 상상 이상이다!

문득 ‘봉고차 모녀’가 생각난다. 낡은 승합차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기초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모녀. 이 땅에는 수많은 봉고차 모녀가 많다. 용산에서 불에 타 죽어간 사람들 중에도 있을 것이고, 당신이 지금 사회악의 무리라고 낙인 찍고 있을 사람들 안에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봉고차 모녀가 ‘권리’로서 받아야 할 것들을 ‘시혜와 동정’으로 만들어버렸다. 받은 것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시혜와 동정이라는 것은, 그것을 ‘권리’의 이름으로 바꾸려할 때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다고, 지금까지의 국가의 행태는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주 교묘하게 자신의 재산을 환원하고 봉고차 모녀에게 무엇인가를 베풂으로써 경제위기와 실업의 공포, 빈곤의 고통에서 희망을 찾으라고 하는 걸까. 이것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서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국민의 권리를 시혜와 동정으로 치환시키면서,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다 한 것처럼 자본과 기업의 편에만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분명 가식의 결정체이고, 상위1%만을 위한 대통령이다.

삶이 팍팍하다. 삶이 힘들다. 소중한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술 한 잔에 눈물 한 방울에 고개 떨구는 이 삶들이 팍팍하고 슬프다. 그래도, 어느 순간 고개를 들었을 때 내 눈앞에 들어온 저 꽃망울에 힘을 얻는다. 그래도 봄은 온다, 고 알려주는 저 꽃망울과 하늘이 힘이 되고 희망을 느끼게 해준다. 함께 노래하고, 하소연하고, 술주정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남은 4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저러나, 남은 4년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꼭 하고 넘어가야 할 말이 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합시다. “지난 1년 정말 고생 많았수다”. 박수 세 번 짝짝짝!!!!

배여진/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