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해방신학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신학이다. 해방신학은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 분석에서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울루 프레이리의 교육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번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어떤 교육학적 생각이 해방신학의 형성과 전개 그리고 발전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우리는 해방신학이 인간형성과 발전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짐작하게 될 것이다.

파울루 프레이리의 교육학적 생각들

그의 교육학의 주제를 우리는 인간적-영적 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의 교육학에서의 핵심은 인간이다. 모든 교육의 기본 목적과 내용, 그리고 방법론은 인간화를 향하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모든 교육적 행동은 인간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는 인간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한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인간을 제외한 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같은 그의 해방적 교육은 역사적 인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프락시스이다. 그는 "성찰과 행위로 인하여 현실을 변화 시키는 프락시스야 말로 모든 창조와 지식의 근원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해방교육의 근본 목적은 지식의 성찰적인 체계를 형성함으로써 그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그의 교육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대화 개념이 등장한다.

억눌린 자의 교육학

이미지 출처 = pt.wikipedia.org
억눌린 자의 해방의 과정은 문맹 퇴치로부터 시작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억눌린 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의 현실에 대하여 비판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따라서 그 현실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갖게 된다. 프레이리는 문맹자들이 그들의 무관심과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순응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신들이 스스로의 문화의 창출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임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의식화 교육의 출발) 이들이 자신들도 문화의 창출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할 때 그들은 자신들이 매우 중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읽고 쓰는 것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말한다. 프레이리에게 있어서 문맹 퇴치는 단순한 글 읽기와 쓰기를 넘어서서 자아 발견과 사회현실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배움의 첫 단계는 의식의 회복이다. 의식의 회복은 비판적 의식의 회복이다.

대화와 해방 교육

파울루 프레이리에게 있어서 비판적 대화는 교육 방법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대화 없이 진정한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 해방 교육은 대화적이다. 반면에 (은행에 저금하듯 지식만 쌓는) 은행식 교육은 독백적이 될 수밖에 없다. 프레이리는 대화를 통한 진정한 교육을 이루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랑, 겸손, 인간에 대한 신뢰, 희망, 그리고 비판적 사고력이다. 파울루 프레이리의 교육에 있어서의 대화의 강조는 라틴아메리카 교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별히 가난한 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과 억눌린 자의 해방을 사목의 중요한 주제로 삼는 라틴아메리카 교회에서는 프레이리의 문맹퇴치 방법과 대화를 통한 교육은 큰 반향을 일으킨다. 프레이리에게 있어서 교육은 피교육자로 하여금 자신이 처해 있는 역사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그와 더불어 사회적 현실의 변화를 위한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화 교육과 참여) 이런 면에 있어서 프레이리는 사회적 현실의 변화의 과정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방신학에 영향을 미친 파울루 프레이리의 교육방법론의 10가지 원리

1. 사회는 한 인간을 ‘가축화’(domesticated)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한 교육은 저항을 불러일으킬 뿐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자유의 실질적인 행동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2. 민주적인 교육은 수직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오히려 참여적, 협력적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인해 교육은 대화와 소통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3. 학문적 훈련에 있어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교육의 실제는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형성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교육의 과정에 임하도록 인도하고 장려해야 한다.

4. 억압적 현실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이 실시되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서 비판적 의식의 고취를 통하여 사회의 변혁을 이루어내야 한다. 교육은 정치적 참여와 결단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을 고무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5. 교육은 강제 주입이 없이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문화적 창조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6. 교육은 학생의 전 지식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서 대화가 가능해진다. 일정한 원리를 강제적으로 주입시켜서는 안 된다. 학생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파괴해서는 안 된다.

7. 정치적 참여를 소극적으로 만드는 침묵의 문화를 반대하고 거부한다. 교육은 어디서나 인간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8. 독서는 단순한 단어 읽기가 아니라 세계와 현실에 대한 독해이다. 교육은 민중의 지식과 또 그가 처한 현실의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민중이 처해 있는 문화적 현실에 대한 존중은 필수적인 것이다.

9. 모든 교육기관은 처해 있는 교육현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10. 교육은 지식의 창조와 재창조의 행위이며 그 출발점은 교육 현장의 민중이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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