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동성애 반대의 한 모습

27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인권중심사람’ 건물 앞에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지역주민 60여 명이 모였다.

“성소수자 혐오세력이 (인권재단사람이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섬돌향린교회와 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고,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토론회를 무산시켜야 한다며 피켓을 가지고 모이자고 하고 있다”며 “인권중심사람이 인권을 혐오하고 훼손하는 세력에게 더렵혀지지 않도록 해 달라”라는 인권재단사람의 긴급 호소를 듣고 온 것이다.

이날 인권재단사람을 지지하기 위해 온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한가람 변호사는 “오늘 행사는 서울시민 인권헌장에 대한 것이 아닌 시민인권보호관 제도에 대한 것인데, 이들은 서울시가 하는 행사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 같다”고 했다.

▲ 27일 인권재단사람 건물 맞은편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그는 “해외에는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고, 섬돌향린교회도 성소수자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그런데도 여전히 고루하고 교조적인 방식으로 성경을 이해하고, 신의 시선으로 사람을 점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성산동 주민이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한 회원은 “내게는 (인권중심사람이)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주 드나드는 곳이고, 섬돌향린교회는 성지같은 소중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방해로 무산된 것 같은 일이 일어날까 걱정돼 이곳을 찾았다.

1시 반쯤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영원한 교회의 변병탁 목사가 피켓을 들고 와 인권중심사람 건물 맞은편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어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예수진리교회 박길수 목사와 개인적으로 참여한 몇몇 개신교 신자들이 모였다. 총 8명이 모인 이들은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며 건물로 들어가려고 시도해 인권재단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으로 24살의 대학생이라고만 밝힌 윤 양에게 오늘 행사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냐고 묻자, “토론회라고만 알고 있다”고 했다.

사도들의 한국교회 선교사라고 밝힌 이 씨는 맨발로 다니고 있었다. 그는 세월호 관련 행사 등 부근에서 자주 목격된 사람이다. 그는 왜 토론회에 들어가려고 하냐고 묻자 “동성애 인권헌장에 대한 토론회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교회 파괴 음모 차별금지법", "박원숭이 몰아내자", "사람을 죽이는 AIDS 혐오"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동성애 인권헌장에 대한 토론회가 아니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 시민보호관이 주최하는 ‘2014년 시민인권보호관 제도의 평가와 발전방안 토론회’였고 인권중심사람 건물은 장소만 대여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날 이들 중 2명이 토론회를 주최한 서울시 관계자와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지 않기로 협의하고 토론회장에 들어갔다.

시민인권보호관은 2013년부터 시행된 제도로서, 서울시 및 소속 행정기관, 시가 출자/출연해 설립한 기관, 자치구(위임사무), 시의 사무위탁기관, 시의 지원을 받는 각종 복지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독립적으로 조사해 개선사항을 권고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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