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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벌어 다르게 살자"협동조합 해피브릿지 문성환 이사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식품제조 및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해피브릿지 사무실에 들어서자 오른쪽 벽에 협동조합의 정의와 협동조합의 7원칙이 보인다.

   
▲ 해피브릿지 사무실에 들어서자 마자 오른쪽 벽에서 '협동조합의 정의'와 '협동조합의 7원칙'을 볼 수 있다. ⓒ배선영 기자

해피브릿지를 찾은 것은 조합원(직원)들이 필리핀 나보타스에 있는 희망농장(성 라우렌시아 공동체)을 방문하는 해피버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피버드는 국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필리핀 현지 빈민운동단체인 PCM(Pampagalak Catholic Mission)이 빈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닭장을 짓는 일손을 돕고 현지 주민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해피브릿지 조합원이 필리핀 빈민과 만나는 체험은 이 기업이 주식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이라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문성환 이사를 만나 해피브릿지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유와 해피버드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들어 봤다.

‘다르게 벌어 다르게 살자’, 돈이 아닌 사람 중심의 기업을 만들다

처음부터 협동조합은 아니었다. 그러나 1999년 외식 컨설팅 법인 ‘보리푸드&컨설팅’이라는 작은 회사를 설립할 때에도 ‘사람 중심의 기업’이라는 미션을 잊지는 않았다.

‘많이 벌어 성공하자’가 대세인 사회에서 ‘다르게 벌어 다르게 살자’고 외칠 수 있는 바탕에는 함께 사업을 시작한 구성원의 가톨릭 사회운동 경험이 있었다.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고 종교적 공통성을 바탕으로 뭉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게 해 주는 동력이 되었다.

   
▲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문성환 이사 ⓒ배선영 기자

문성환 이사는 “혼자였다면 불가능 했겠지만, 함께했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04년에는 ‘화평동 왕냉면’을 시작해 100개가 넘는 가맹점이 생겼고, 2010년에는 ‘국수나무’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입지를 다졌다. 회사는 성장했고, 직원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이사 또한 13명으로 늘면서 가톨릭 정신을 추구하던 창립 멤버에 다양한 종교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더해졌다.

1인 중심이 아니라 동업 형태였고 집단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형태였으며, 수평적 조직 구성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자본과 경쟁을 요구하는 주식회사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의 이득에 집착하며 돈의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해피브릿지가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기업’의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대안이 절실했다. ‘조합원들이 자율적, 민주적, 경제적으로 참여해 운영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만큼 그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없었다. 2011년부터 2년여 간 해외의 협동조합을 탐방하고 전환을 준비했다.

“인간은 숭고하며, 돈, 권력, 출세 이외에 다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경쟁력이 있을지 두려웠다. 왜 갈등이 없었겠나. 반대의 결과는 결별이거나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지만, 2년 동안 의견을 조정하고, 설득하면서 신뢰를 형성했다. 갈등을 잘 극복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

노동자 협동조합이 낯선 사람도 있었고, 처음 해보는 도전에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대화한 결과 2013년 2월 이 회사는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여전히 협동조합이 되어가는 중이다.

작년에는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스페인의 몬드라곤 대학과 공동으로 HBM협동조합 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 협동조합은 아주 소수고, 깊게 관찰하고 연구하는 단체가 없기에 해피브릿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현재 해피브릿지에는 77명의 조합원이 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직원 대부분이 기업(협동조합)에 일정 금액을 출자하고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이 됐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협동조합에 100퍼센트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해피버드는 개개인이 협동조합의 가치를 깨닫고 조합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문 이사는 “인간은 돈, 권력, 출세 외에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숭고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체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해피버드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해피버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사는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존재를 확인한다”는 다른 기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언어로 구성된 해피버드의 취지문을 보며 문 이사가 자신의 삶에서 ‘사람’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평신도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사회교리에 입각한 내용으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모임은 그가 협동조합을 선택할 때도 흔들리지 않고 신앙을 기준으로 분별할 수 있게 해줬다. 그는 “이 공간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에 사는 동력을 수혈받는다”고 답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해피브릿지 조합원들과 동행하며 필리핀 희망농장을 취재한 기사가 연재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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