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어머니는 이제 증손녀를 보셨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밤엔 늘 내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다. 어머니의 오래 된 폴더 폰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손녀가 엄마가 된 게 이제 한 10개월쯤 되었다. 손녀는 딸을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딸 키우기에 지금은 전념하고 있다. 그리곤 매일 자기 딸의 사진과 동영상을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린다.

이걸 어머니의 핸드폰으론 보지 못하시니, 나는 가끔 어머니를 방문하는 날, 핸드폰을 들고 증손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 드린다. 나 역시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어머니의 증손녀를 마치 본 것처럼 설명까지 곁들여 보여 드리면, 어머닌 벌써 흐뭇한 미소로 얼굴이 활짝 피어나신다.

어머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증손녀에 푹 빠지신다.

“어머 벌써 이유식을 하네.”
“얘 좀 봐. 일어서려고 용을 쓰고 있다.”
“애를 데리고 언제 바다엘 다 갔었나 보다.”
“정말 예쁘구나. 한복이 잘 어울려.”
“자기 엄마를 아주 쏙 뺐다 쏙 뺐어.”

아마도 증손녀는 자신을 이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며 웃으시는 이 분이 누구신지 모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이 힘들어지고, 한 번 넘어져 대퇴골 수술을 하신 뒤론 먼 여행을 아예 하지 않을 생각을 하시는 어머니시다.

우연히 듣게 된 로이 킴의 ‘할아버지와 카메라’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오늘 아침 햇살이 비추는 창가 옆에 놓여진 낡은 카메라를 들고서
여느 때와 같은 말로 그대를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로 사랑하오.
그대가 못 본 것들 그대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오늘도 난 오직 그대만을 위해 나갈게요 이 거리로
그래요 난 그댈 위해 모든 것들을 달려가 사진 속에 담을 거예요
그대가 보고 싶었던 수많은 향기를 담아 오늘 밤 그대와 함께 나눌래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대 옆에 오늘도 그 사진들과 앉았죠
여기 있는 이 나무들 그리고 내 뒤에 바다도 모두 다 그댈 위해 담아 왔소그대가 못 간 곳들
그대가 느끼고 싶었던 자연들
내일도 난 오직 그대만을 위해 나갈 게요 이 거리로
그래요 난 그댈 위해 모든 것들을 달려가 사진 속에 담을 거예요
그대가 보고 싶었던 수많은 향기를 담아 오늘 밤 그대와 함께 나눌래요
우리가 꿈 꾼 것들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오늘도 난 오직 그대만을 위해 나갈게요 이 거리로
그래요 난 그댈 위해 모든 것들을 달려가 사진 속에 담을 거예요
그대가 보고 싶었던 수많은 향기를 담아 오늘 밤 그대와 함께 나눌래요
그래요 난 남아 있는 모든 날들을 그대와 마음속에 담을 거예요
우리가 함께 했었던 시간에 향기를 담아 오
늘 밤 그대와 함께 나눌래요 오늘 밤 그대와 함께 나눌래요


아마 어머니와 내가 어머니의 증손녀를 보며 웃는 소리를 밖에서 듣는다면, ‘뭐가 저렇게 재미있나?’ 하며,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어머니 방을 기웃거려 보려 할 것이다. 다음에 방문을 할 땐 어머니께 선물로 증손녀 사진 한 장 현상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로이 킴이 본 ‘할아버지와 카메라’처럼 언제부턴가 조카가 보내오는 카카오스토리는 내게 어머니와의 만남을 미리 준비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어머니가 이 사진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어머니가 이 동영상을 보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업무 때문에 가지고 있는 나의 핸드폰이 이렇게 나와 어머니의 삶에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주로 자식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가지고 있는 어머니의 핸드폰. 아주 드물게 문자를 보내실 때도 있지만, 어머니의 핸드폰은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들을 위한 안심폰이다.

어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어머니가 보고 싶은 많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제가 나를게요. 그래야 긴 겨울밤, 따뜻한 행복이 더 깊어질 거예요.

 
로이 킴, '할아버지와 카메라' http://www.youtube.com/watch?v=jWzbXi9KDRs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