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6세 교황 글, 김혜경 옮김, '바오로 6세의 복음', 바오로딸, 2014

“신앙이 삶이 되어야 합니다. 행동의 규범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생활의 일관성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바오로 6세의 복음’, 29쪽)

10월 19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폐막미사에서 복자가 된 바오로 6세 교황의 강론집 ‘바오로 6세의 복음’이 출간됐다.

총 24개의 강론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예수의 탄생, 어린 시절, 공생활, 수난, 부활까지 예수의 지상의 삶의 여정에 따라 복음과 강론을 배열했다. 이탈리아에서 2012년에 이미 이 책을 출판했지만, 지난 10월 19일 바오로 6세의 시복을 계기로 바오로딸에서 번역 출판했다.

▲ 바오로 6세 글, 김혜경 옮김, 바오로딸, 2014

바오로 6세 교황은 요한 23세 성인 교황의 선종으로 중단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를 마무리한 교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그의 강론에는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피해가지 않는 과감함이 엿보인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등장하는 복음(요한 6,5-15)의 강론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를 모든 해결책의 으뜸으로 삼는 풍조에 대해 ‘빵, 그리고 빵만으로는 아님’, ‘우리 모두는 하느님 섭리의 대상입니다.’라는 복음적 해석을 내놓는다.

또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에 이르러서는 노동자의 임금을 비롯한 노동의 가치, 노동의 고단함을 바라보는 시각을 이야기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간을 대하는 하느님의 태도를 언급한 부분이다.

“인간을 대하는 하느님의 태도는 이중적입니다. 먼저 정의이고, 그다음은 자비입니다.”(135쪽)

사회문제에 대해 정의로움을 역설하는 그였지만 문제 해결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964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간 중에 있었던 성탄절 낮미사 강론에서 “하느님에게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관대해지고,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도 거의 본능에 가까워지게 됩니다.”라고 했다.

예수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한 복음의 강론에서 바오로 6세 교황은 ‘복음화가.... 신앙적인 영감을 잃어버리게 되면 도덕적인 힘이 고갈되고, 그러면 무의식중에 신식민주의의 유혹에 미끄러져 들어가 버리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복 미사에서 바오로 6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간에 작성한 일기 중 ‘신은 교회의 안내자이고 구원자이다.’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이 부분은 바오로 6세가 하느님의 사랑이 문제 해결의 기본이 되고 신앙적인 영감이 도덕적인 힘의 원천이 된다고 강론한 것과 그 흐름이 통한다. 그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의 강론을 읽어 가다 보면 하느님을 생각과 삶, 실천의 중심에 두었던 신앙인으로서 바오로 6세 교황이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 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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